[남수경의 교육시선]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 대학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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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 대학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 입력 2023.10.25 00:00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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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는 1000억원대 ‘글로컬대학30사업’이 최종 10개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원대는 ‘1도 1국립대’를 표방하며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캠퍼스별 특성화 청사진을 제안하였다. 강원도에서는 3개 대학이 총 15개 예비 선정 대학 안에 들어간 상황에서 앞으로 대학혁신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강원도민의 기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1973년,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마틴 트로우 교수는 ‘고등교육이 엘리트 단계에서 대중화 단계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라는 글에서 고등교육의 발전단계를 3단계로 구분하였다. 대학 취학률 15% 미만이 ‘엘리트 단계’, 15% 초과 ∼ 50% 미만은 ‘대중화 단계’, 대학 취학률이 50%를 초과할 경우를 ‘보편화 단계’라고 보았다.

    우리나라는 트로우 교수의 고등교육 발전단계에 비추어 보자면, 이미 2000년대부터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다. 1981년까지는 대학 취학률 15% 미만의 엘리트 단계였으나, 1994년 30%를 넘어서고, 2000년에는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08년 대학 진학률과 취학률이 각각 83.8%와 70.6%로 최고 수준에 도달한 2011년 이후 계속해서 70% 내외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로우 교수의 이 논문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고등교육의 발전 단계별로 대학의 기능, 수업 형태, 제도적 특징의 변화를 예측하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 유례없이 높은 고등교육 진학률을 보이는 우리나라와 같은 ‘고등교육 보편화 단계’에서 대학은 더 이상 대중의 삶과 유리된 학문적 논의에 매몰되거나 학과나 전공의 경계를 구분 짓는 활동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대학에서의 평생교육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1970년대 초, 무려 50년 전에 미국 대학의 미래를 두고 내놓은 예측이 바로 최근 한국 대학혁신의 핵심 내용들이다.

    교육부의 대학지원정책도 ‘대학혁신’의 핵심 키워드를 주요 정책의 방향키로 삼아 진행되어 왔다. 학사 유연화, 전공간 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융합적 노력을 통하여 전통적인 대학교육의 경계를 더욱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대학간 또는 대학과 지자체나 민간기관간 개방, 공유,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첨단미래에 대비한 신산업 인력양성을 추구하되, 직업훈련교육과 평생교육 역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역혁신의 플랫폼으로서 대학의 선도자적, 중재자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Reuters)나 유에스뉴스(US News) 등 영국과 미국의 언론사들은 기존의 연구 중심 대학 순위평가와 구분되는 ‘혁신적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혁신적 대학’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은 첫째, 취업 시장의 흐름을 계속 주시하고, 둘째, 자신의 벽을 넘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셋째, 전체 구성원이 기술 친화적이고, 넷째, 단순히 우수사례를 모방하지 않으며, 다섯째, 오늘날 학생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혁신적 대학의 특징은, 트로우 교수가 보편화 단계에 접어든 고등교육의 모습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고립된 전통적인 방식의 학사 구조나 교육과정 또는 교수자 중심의 전공 기반 연구나 교육에서, 과감히 경계를 허물고 변화하는 기술을 교육과 연구 전반에 적극 수용하며 외부의 우수사례를 수용하되 자신의 강점을 기반으로 특성화하는 대학이 곧 혁신하는 대학이자, 보편화 단계에서 대학이 취해야 할 정체성이다.

    우리 대학들이 차츰 대학 간 공유와 개방, 대학-지자체간 협력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2021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의 인구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였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개방과 협력은 대학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되었다.

    대학 내 조직 간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내적 협력, 그리고 대학 외부의 다양한 조직과 연대 및 연합이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대학이 개방과 협력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를 보여줄 때, 지역사회 또한 대학에 적극적 지지와 지원을 보낼 것이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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