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피코·나야나 실패 뒤에는 ‘예스맨’ 공무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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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디피코·나야나 실패 뒤에는 ‘예스맨’ 공무원 있었다

    [책임지지 않는 도정] 하. 도지사의 충신들
    디피코·우리도 등 전임 도정 사업 성과 부실
    부실 관리·이용률 저조에도 책임지는 이 없어
    도 "책임 소재 파악 중. 도민 우려 없도록 할 것"

    • 입력 2023.10.19 00:04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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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전임 도정이 공들인 일단시켜, 우리도(나야나), 디피코 등 민관협력 사업이 잇따라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한 때 유행에 편승해 쏟아부은 수백억원의 혈세는 사업 실패로 인해 고스란히 도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물러난 전임 도지사를 비롯 실무 담당 공무원들까지 도민의 혈세 수백억원을 날려놓고는 이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는 사람도 없다. 당시 사업을 추진한 담당 공무원들은 실패한 정책에 책임지기는커녕 오히려 승진해 승승장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S투데이는 강원자치도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무책임한 인사로 낭비되는 도민 혈세의 실태를 2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강원특별자치도는 2020년 전기 자동차를 강원 대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전기차 생산 업체 디피코를 횡성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도정은 233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3000여명의 고용 창출과 3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디피코는 자금난으로 지난달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 여파로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유치나 추진 중이던 조곡농공단지·이모빌리티 연구 실증단지 분양까지 줄줄이 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전임 도정이 야심차게 진행한 대형 사업들이 실패로 판명나는 사례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단시켜’ 사례<본지 2023년 10월 13일자 보도>처럼 도지사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도청 국장급 고위 간부들이 충실히 이행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실무 책임자이자 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소신껏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낭비되지 않았을 혈세가 너무 많다. ‘공무 수행을 해치는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잊힌 듯한 모습이다.

    전임 도정이 야심차게 진행한 대형 사업들이 실패로 판명나며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전임 도정이 야심차게 진행한 대형 사업들이 실패로 판명나며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 지사가 밀어붙인 전기차, 우려 뚫고 강행

    당시 도정이 전기차 클러스터의 ′중심′이라고 홍보하던 디피코는 추진 전부터 자금 조달 문제로 우려를 샀다. 은행 대출 140억원 등 외부 자본을 대규모로 끌어오는 만큼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지금과 같은 부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당시 예상대로 디피코는 임금 체불, 이자연체 등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배경에는 최문순 전 지사의 의지가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이모빌리티) 사업은 최 전 지사가 재임 당시 “강원도 대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던 분야다. 당시 국가 지원을 위한 판로 개척 설명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국가 공모에 선정된 후엔 “이모빌리티 산업의 지속적인 사업 발굴과 행재정적 지원, 정주 여건 개선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도청 실무진들은 최 전 지사의 의지에 따라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최정집 당시 첨단산업국장은 2020년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디피코의 자금 조달 문제를 묻는 도의원들의 질문에 “자금 조달 문제는 전혀 없다”며 “2021년까지 관련 기업들이 모두 이전해 700억원을 투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갖고, 정부 설득도 마쳤다”고 자신했다. 도 관계자는 “추진 당시에도 실패할 사업을 왜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이용자 후기 3건’ 텅 빈 도민 행정 플랫폼

    강원도가 51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출시한 통합 비대면 행정 서비스 플랫폼 ‘우리도’도 비슷하다. 도는 87종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행정복지센터 등에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복지 수당과 지원금 등을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출시 당시 최문순 전 도지사가 “나야나(우리도)를 통해 유튜브 꺾을 것” “서비스를 확대해 외국 정부에 수출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우리도는 당초 ‘나야나’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4월 출시, 저조한 이용률로 3개월 만에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출시 후 1년 6개월간 겨우 13만명이 다운로드하는 데 그쳤다. 앱스토어(16일 기준) 내 평점은 2.3점(5점 만점)에 머물렀고 40여개의 리뷰 가운데 올해 올라온 후기는 3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증 번호 오류, 강제 종료 등 기본적인 앱 기능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다. 도민 개개인의 행정정보 87종을 이용해 도정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신청할 수 있는 지원금은 6~7개뿐이다. 우리도 관계자는 “종류를 확장하고 싶어도 중앙부처와 연계된 지원금 등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임 도정이 성공을 자신하며 투자한 디피코는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우리도는 일부 지원금 신청만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전임 도정이 성공을 자신하며 투자한 디피코는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우리도는 일부 지원금 신청만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 묻는 사람도 없다

    담당 공무원들은 실패한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았다. 디피코 사업을 추진한 최정집 당시 국장은 이후 2급에 해당하는 도의회 사무처장에 승진 임명되기도 했다. 현재는 강원테크노파크로 소속을 옮겼으나 디피코 사업 실패와는 관련 없는 인사 조치였다. ‘우리도’ 실무를 담당한 양원모 첨단산업국장과 윤인재 전략산업과장 역시 현재는 각각 도 재난안전실장,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승진에서 밀려난 상태지만 우리도와 관련은 없다. 올해 초 성과 부실로 지원금 회수 및 수사가 시작된 ‘드론택시 시제기 개발지원 사업’의 담당자로서 문책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실패 책임을 묻는 이도 없다. 설령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어도, 이미 물러난 전임 도지사에게만 화살이 돌아갈 뿐이다. 우리도의 경우 오히려 2021~2023년 국무총리상, 행안부 기관상 등을 수상했다는 업적을 홍보한다. 강원자치도 산업국 관계자는 “우리도는 공공 행정 앱으로 배달, 숙박 등 민간 분야와 경쟁하는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 수 등 수치로만 평가하긴 어렵다”며 “현 정부의 과업이기도 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서비스 안착을 위해 최소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제에 따라 도지사가 선거로 선출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도정이 이어지려면 공무원들이 도민을 위한 공복(公僕)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사업을 밀어붙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설사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절차가 부실한 사업을 지시받더라도 거부해야 한다는 것.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 제2장 4조에는 ‘공무원은 상급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를 했을 때 그 사유를 그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거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간부급 공무원일수록 지자체장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정치적이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 사업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은 집행부와 의회가 합의해 5년 이상 단위의 중기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강원자치도 대변인은 실패한 전임 도정 사업 실무자들의 인사 책임에 대한 본지 지적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책임 소재를 파악 중이며, 세출 구조조정을 포함 도민들의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S투데이는 보도 이후로도 강원특별자치도의 사업 추진 성패와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감 있는 공무 수행에 대해 취재하겠습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chmj0317@mstoday.co.kr

    [최민준·이종혁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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