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식 범죄자 인권도 보호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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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 마‘ 식 범죄자 인권도 보호해줘야 하나

    ■[칼럼]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 입력 2023.08.31 00:00
    • 기자명 한상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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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올해 3월 15일 오후 3시쯤, 지방 한 광역시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대낮의 도로에서 여성 B(21)씨의 옷깃을 손으로 잡아당긴 후 B씨가 뒤를 돌아보자 주먹으로 때렸다. B씨가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자 A씨는 그대로 B씨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고,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B씨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 볼 점은 A씨에게 B씨를 때릴 만한 아무런 동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B씨에 대한 원한 관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아예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심지어 금품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B씨의 신체적 부상은 크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법원은 지난 5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부분의 범죄, 특히 폭행·상해·살인 등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범죄는 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가족이나 형제, 직장 동료, 연인 관계, 금전 거래가 있었던 상대 등이다. 재산, 애정 문제로 원한이 있거나 평소 앙금이 있었던 상대를 범행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 이유 없이, 특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범죄는 흔히 ‘묻지 마’ 범죄라고 부른다.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건은 치정이나 원한에 의해 벌어진 사건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피해자가 범행의 희생양이 된 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 다음번엔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행 형법은 이 같은 ‘묻지 마’ 범죄를 다른 범죄와 구분하지 않는다. 위 사건 재판도 그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상해’죄를 적용했다. 평소 원한이 있었던 피해자를 다치게 한 범죄와 별로 다르지 않게 본다는 뜻이다. 다만 유죄 선고와 함께 형량을 정하는 여러 요소 중의 하나로 동기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살인 사건의 경우,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로서 1명을 살해한 경우 기본 15~20년, 2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 23년~무기 징역을 양형하도록 하고 있다.

    A씨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 역시 “이 사건과 같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가해 행위를 하는 이른바 ‘묻지 마’ 범죄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범행에 대처하기도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큰 불안감을 야기하므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징역 1년의 양형이 정말 무거운지는 의문이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묻지 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흉악범들의 얼굴 사진(머그샷)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은 현재 부재한 ‘묻지 마 범죄’에 대한 정의를 도입하고 가중처벌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상해, 폭행 또는 살인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죄형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선량한 시민의 안전은 범죄자의 인권보다 우선해야 한다. 특히 아무 이유 없이 처음 본 사람을 폭행·살해하는 범죄는 도덕적 평가에 앞서 사회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라도 엄벌이 필요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2012년) 연구에 따르면 묻지 마 범죄의 재범 비율은 75%나 된다고 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거나 1997년 이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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