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 경제국 2중대’ 경제진흥원, 전문기관 위상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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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도 경제국 2중대’ 경제진흥원, 전문기관 위상은 어디로

    [전문성 없는 전문기관] ② 성과 없는 사업
    기업, 소상공인 지원해도 매출 실적 제자리
    도청 경제부서 위탁 사업이 업무의 대부분
    전문성·효율성 떨어지고 조직 규모만 커져

    • 입력 2023.08.31 00:01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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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비 쓰고도 경제 효과는 미미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진흥원)이 맡아서 했던 많은 사업은 돈만 쓰고 제대로 된 성과는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진흥원이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투입 예산 대비 미미한 경제 유발 효과가 그대로 드러난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해 진흥원은 야시장 조성 및 활성화 지원 명목으로 3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3개 전통시장을 지원했다. 그러나 야시장을 통한 매출 효과는 1억3800만원에 불과했다. 마진율을 20%로 잡으면 야시장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순수익은 2760만원에 그친다.

    제로페이 이용 활성화 홍보에는 4억원을 썼는데, 활성화 행사 2번을 통해 얻은 매출은 1500만원이었다. 3억3000만원을 투입한 왁자지껄 마케팅 지원으로는 3억5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머물렀다. 라이브커머스 사업엔 4억원을 쓰고도 매출 실적은 2억5500만원이었다.

    민박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농어촌민박 통합 예약시스템 ‘일단떠나’에는 4억원의 사업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관련 매출은 4억3700만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아닌 순수익으로 환산할 경우 투입한 사업비 대비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간 경제적 혜택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 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으로 판로 개척 특판 행사를 하면서 1억49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해 5억5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투입 비용을 빼면 4억1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인데, 생산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한 각 기업의 순이익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또한 도약 패키지 지원으로 22개 기업을 지원하며 31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경제 효과는 5억3300만원에 그쳤다. 이밖에 강원더몰과 시‧군 쇼핑몰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19억3400만원의 사업비를 썼다. 해당 플랫폼을 통한 매출은 96억원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야시장의 경우 지난해 팬데믹 영향으로 모객이 쉽지 않았고, 코로나19 상황 개선 이후에도 금리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소비 진작 지원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위탁 사업하며 덩치만 키워

    진흥원은 한 해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공룡 기관’이다. 그러나 본업인 중소기업 지원과 소상공인 육성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부 공모 사업 유치도 부진하면서 “도가 주는 일감에만 기댄, 도청 경제국의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다.

    진흥원 조직의 거대화와 전문성 약화는 해묵은 이슈다. 지난해 추진한 85개 사업 중 78%인 66개 사업이 도청의 위탁사업이었다. 지난해 행정감사에서는 “진흥원이 도 경제국에서 만들어 놓은 사업을 그냥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업무를 비대화시켜 진흥원에서 이런 업무를 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설립 목적과 어긋나지 않느냐”는 진종호 도의원(국민의힘‧양양)의 지적도 나왔다.

    강원자치도 산하 다른 전문 기관들과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진흥원은 국내외 관광산업 육성 지원으로 3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사업을 운영했다. 이무철 도의원(국민의힘‧춘천)은 “강원관광재단이 있음에도 관광 부분까지 진흥원이 맡았고, 폐광지역에 대한 지원도 두 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며 “문어발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이렇게 도 경제 관련 정책 실무를 사실상 도맡으며 수년 사이 몸집을 키웠다. 그러면서 사실상 자체 수익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혈세에 의존한다. 지난해 예산 709억원 중 도비 461억원(65%), 국비 120억원(17%), 시‧군비 73억원(10%) 등의 세금이 투입됐다. 진흥원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예산은 36억원, 전체의 5%뿐이다. 지자체에서 위탁받은 것이 아닌, 진흥원이 ‘따낸’ 공모사업비는 80억원으로 전체 대행사업 수입(673억원)의 11.9%에 불과했다. 

     

    700억원이 넘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예산 가운데 65%는 도비로 충당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700억원이 넘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예산 가운데 65%는 도비로 충당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박대현 도의원(국민의힘‧화천)은 “지금과 같이 도청 경제국의 위탁 사업만 맡아 한다면 진흥원은 존재 가치가 없고, 도에서 직접 사업을 집행하는 게 맞다”며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진흥원이 전문성과 창의성을 살리도록 설립 취지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기관 운영에 대한 부분은 부정이 없도록 도에서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맨’이 기업 지원 기관장에?⋯깜깜이·낙하산 인사 의혹도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의 수장으로 올해 6월 취임한 권오광(사진) 원장은 기관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깜깜이 인사’로 평가받는다. 권 원장은 도의회의 인사 검증 과정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발탁된 사상 첫 민간인 출신 원장이다. 임명 배경에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의 인연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진흥원은 올해 4월 원장 모집공고를 내면서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 능력을 갖춘 원장’을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재단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 신임 원장은 보험맨 출신의 권오광 씨. 올해 6월 취임한 권오광 원장은 강릉 출신으로 강원대 토목공학과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권 원장은 커리어 대부분을 생명보험사에서 쌓았다. 2020년 김성한 DGB생명 대표이사가 취임하며 함께 근무했던 교보생명 출신을 임원진으로 중용할 때 DGB생명 영업본부장(전무)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원지역 전략산업을 토대로 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소상공인 창업을 컨설팅하는 진흥원의 업무와 관련 있는 경력을 찾기 어렵다. 

    권 원장이 취임하면서 도 안팎에서는 김진태 지사의 ‘낙하산’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김 지사와 권오광 원장은 2019년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춘천 내 한 보험사 지점에서 열린 금융 소비자 보호 기본법안 간담회에서 동석한 적이 있다.

    권 원장은 인사청문 과정 없이 도 경제부지사가 당연직으로 이사장을 맡는 이사회 심의만으로 원장직에 임명됐다. 출자‧출연기관 경영 효율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관장 인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진흥원장 등 기관장 인사청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윤미(더불어민주당‧원주) 도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관 상임위에서도 권오광 경제진흥원장의 임명에 대해 언론 보도로 알 수 있었다”며 “현직 원장의 이력으로만 봤을 때는 진흥원의 역할과 기능에 적절한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공무원 출신이 원장직을 맡았던 상황과는 달리 민간 출신 외부 인사를 임명하려면 인사청문회 등 철저한 전문성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생명보험사라고 해서 보험 판매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각종 투자 및 출자 관련 업무도 담당한다”며 “권오광 원장은 교보생명에서 금융 정책을 다룬 경험이 있으며 금융 분야 네트워크도 많다”고 반박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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