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공존할 수 있을까?”⋯전선으로 만든 기린이 표현한 ‘인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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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와 공존할 수 있을까?”⋯전선으로 만든 기린이 표현한 ‘인공생’

    기린 작가, 이승호 개인전 ‘인공생’ 춘천서 열려
    기린 통해 타자와 나 대조적으로 구현해
    전선 매체 활용, 동시대 관계성 함축 표현

    • 입력 2023.08.19 00:01
    • 수정 2023.08.20 00:02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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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의 개인전 ‘인공생’이 오는 27일까지 춘천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승호의 개인전 ‘인공생’이 오는 27일까지 춘천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사진=한승미 기자)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역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린 작가’ 이승호의 개인전 ‘인공생’이 오는 27일까지 춘천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 타이틀 ‘인공생’의 인공(人工)은 사람이 만들어 낸 기계문명사회 속 생(生)에 대한 고찰을 더해 작가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사람과 미래의 과학기술이 공생(共生)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아기자기한 기린의 모습을 한 작품에 나태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이 작가는 수년 전부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작가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감정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승호 작가는 개인전 ‘인공생’을 통해 사람과 과학기술 간 공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승호 작가는 개인전 ‘인공생’을 통해 사람과 과학기술 간 공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전선으로 패턴화된 다양한 형태의 기린이 등장한다. 이 기린 역시 20대 청년이었던 이승호의 자화상으로 ‘나’와 ‘타자’라는 두 가지의 대조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큰 키의 곧게 뻗은 기린은 타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와 상반된 형태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의 기린은 유약한 개인의 존재를 은유한다. 작가는 이 대비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비교와 열등감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은 전선이라는 실험적인 매체를 활용해 제작됐다. 동시대의 관계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작가가 재해석한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전선은 에너지 공급 등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의미로 인체의 혈관처럼 기린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 절연체 아래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전선에서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형형색색의 전선들은 겹겹이 쌓이고 해체되는 패턴을 통해 화려한 도시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진화된 개인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작 일부는 좌대에 시간성을 담은 폐목재를 활용해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전시작 일부는 좌대에 시간성을 담은 폐목재를 활용해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전시작은 입체작품과 전선을 활용한 평면작품, 4컷 만화 등 30여점이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작품들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루 담으면서도 자본주의, 기계 생명체 등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비춘다. 일부 작품의 좌대는 폐목재를 활용했다. 나무의 시간성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활용으로 작품과 대비되는 연출이 작품의 주제를 강화한다. 최근의 조형 작업물들에 3D 프린터 등 최신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승호 작가는 “기계가 생명화되고 있는 과정을 나름의 상상과 표현기법으로 작품화했다”며 “기계는 정교하고 효율적이지만 사람의 감성과 감정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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