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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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권’

    • 입력 2023.07.26 11:45
    • 수정 2024.01.04 16:10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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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용 콘텐츠 제작국장
    윤수용 콘텐츠 제작국장

    “7/3 월요일.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00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일기장 중 일부 내용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했다. ‘스승의 은혜’는 사전에서나 존재할 정도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교단에 선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력을 당해도 제지할 수단이 없다.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훈육’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교사들은 학과 수업도 사교육에 넘겨주며 ‘허수아비’가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스승은 실종되고 출근 도장만 찍는 직장인만 존재한다. 제자도 사라지고 등교 도장만 찍는 학생만 남았다. 교육현장의 각박함과 부조리는 다양한 부작용을 생산 중이다. 제자에게 정성을 다하는 교사가 대우받는 교단, 자신 있게 아이들의 흠결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교사가 인정을 받는 사회 시스템에 목마르다.

     

    서울교사노조가 공개한 숨진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 일부.
    서울교사노조가 공개한 숨진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 일부.

    최근 경찰은 고인에게 이른바 ‘갑질’을 한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불러 조사했다. 아직 정확한 진상 규명 전이지만,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동료 증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요즘 학교현장에서는 사랑이란 이름의 훈육도 허용되지 않는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교사 스스로가 방어할 수도 없다. 학생 인권을 챙기는 사이 교권은 끝없이 추락했다. 우리 사회에서 교직은 감정노동 직군이 됐다. 그동안 억눌리고 쌓인 것을 분출하며 ‘생존권 보장’이란 말까지 나온다. 사실상 무정부 지대다.

    교권 추락의 원인은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른 교단의 법정화와 2015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학부모의 고소와 고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교권 회복을 위해 ‘아이들은 원래 맞으면서 성장한다’는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차별적이고 지능화된 학교 내 부조리에 맞서 속수무책인 교육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우선 급한 문제점을 살피고 해결해야 한다. 교권 회복을 위한 여러 법안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낮잠을 자는 정치권의 한가함을 질타하고 싶다. 다행히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교권 강화 대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교권 확립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다. 지난달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한 ‘학교의 장과 교원은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와 관련한 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에 반향을 일으킨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등장인물 '엄석대' 체재를 붕괴시킨 것은 새 담임교사의 부임과 변혁이었다. 새 담임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자각과 반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학교현장에 만연한 ‘교권 추락’에 날개를 달아줄 새로운 담임의 등장이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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