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광우병 괴담의 차이점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광우병 괴담의 차이점

    • 입력 2023.07.20 00:00
    • 수정 2023.07.21 08:00
    • 기자명 한상혁 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의원단이 일본에 방문했다.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집회를 벌이는 활동 끝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 기자가 ‘당신들이 자문하는 과학자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단장인 위성곤 의원은 과학자 한명의 이름도 대지 못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이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며 신뢰할 수 있다’고 확인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과학적 근거 제시는 없었다.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방송사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놓고 TV 토론을 벌이고 싶지만 패널 준비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많다. 그러나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는 찾기 어려워서 토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방류가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돌팔이’라고 칭하면서도 이런 과학자들과 공개 토론은 피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바다로 유출된 방사능 가운데 가장 위험한 세슘137 총량은 현재 후쿠시마 보관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양의 2만 배가 넘는다. 그후 12년째 우리 바다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증가가 측정되지 않았다. ALPS(다핵종처리설비)를 거친 오염수를 재처리하지 않고 일시에 배출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오염수 배출로 인해 우리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연간 피폭선량은 해양 방출 시 0.0000000035 밀리시버트(mSv)다. 선량한도 기준인 1mSv의 2억8000만분의1~1만5000분의1로 평가된다(한국원자력학회).

    우리 머리 위 공기층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을 막아주고 있다. 10m 높은 곳으로 이사하면 1년에 1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선에 추가 피폭된다. 후쿠시마 인근 바다의 물고기를 섭취할 때의 방사능을 이와 비교하면 28만 분의 1이다(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보다는 아파트 1층에서 4층으로 이사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원들이 지난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어민 호소대회'를 열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어업과 함께 횟집도 운영하고 있어 오염수 괴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원들이 지난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어민 호소대회'를 열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어업과 함께 횟집도 운영하고 있어 오염수 괴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논쟁을 보면서 15년 전 전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소 광우병이든, 인간 광우병이든 모두 무서운 병이지만 인간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던 시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병이다. 현대 과학으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그때도 지금도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당시 ‘뇌송송 구멍탁’ 같은 선동적 구호에 묻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광우병 괴담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단어인 ‘광우병’과 ‘방사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먹을거리인 ‘쇠고기’와 ‘해산물’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만큼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가져와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그러나 두 사태에는 근본적인 차이점도 있다. 과거 광우병 괴담의 피해자는 당시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정부 말고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후쿠시마 방사능 괴담 탓에 국민들이 해산물 소비를 꺼리면서 국내 어업 종사자와 수산시장 상인, 횟집 사장님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동해와 맞닿은 강원도 어업인들의 피해가 크다. 광우병 괴담 이후 10여년 만에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이 됐다. 괴담을 이용한 선동은 효과가 빠를지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