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이전과 춘천시의 무성의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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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처리장 이전과 춘천시의 무성의한 태도

    [기자수첩] 이현지 기획취재팀 기자

    • 입력 2023.07.12 00:00
    • 수정 2023.07.12 14:15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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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지 기획취재팀 기자
    이현지 기획취재팀 기자

    “주민 협의도 없이 하수처리장이라니, 이게 날벼락이 아니고 뭡니까.” 

    최근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춘천시 칠전동의 한 주민이라고 소개한 그는 “시가 주민과의 협의도 없이 칠전동으로 하수처리장을 이전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도서관이니 뭐니 주민들이 원하면 다 해줄 것처럼 행동할 땐 언제고 시가 이제와서 나 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현재 근화동 공공하수처리장을 칠전동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27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부지 면적은 3만1221㎡, 총 사업비만 286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칠전동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강남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는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날 주민들은 “하수처리장 이전은 주민들과 협의 없이 결정한 졸속 행정”이라며 “지역 땅값 하락과 악취로 인한 불편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외침에도 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 하수시설과 관계자는 “아직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라 토지 보상방식 및 금액, 이전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전달하자 “시청 홈페이지와 신문 및 주민공청회를 통해 해당 사업을 다 알리는 등 법적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며 “이 사안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의 이런 모습은 법적인 문제만 없으면 아무런 상관없다는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기자가 봐도 이렇게 느끼는데 당사자인 주민들은 오죽할까. ‘하수처리장’은 누가 봐도 선호시설이 아니다. 아파트 분양공고문에도 혐오시설이나 유해시설로 적힌다.

    춘천시는 기존 시설이 30년이 지나 노후화됐으며 인구 증가로 하수처리시설 용량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주민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치 않다. 증설이 아닌 굳이 장소를 옮기려는 이유, 장소가 왜 칠전동인지도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했을 때 비로소 해당 지역주민들도 시가 하는 사업을 믿고 따를 수 있다. 홈페이지에 공지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는 할 만큼 했다라는 주장은 무책임한 태도다.  

    춘천시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경청한 후 이를 반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분이 모여 명품 도시 춘천을 만든다는 사실을 시는 명심해야 한다. 살기 좋은 춘천이 될지, 떠나고 싶은 춘천이 될지는 시가 시민들 대하는 태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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