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춘천시의회가 전국 뉴스를 타게 된 어설픈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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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춘천시의회가 전국 뉴스를 타게 된 어설픈 촌극

    • 입력 2023.06.28 00:00
    • 수정 2023.06.29 08:06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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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나유경 시의원이 지난 14일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걸어놓은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더불어민주당 나유경 시의원이 지난 14일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걸어놓은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의회가 오랜만에 전국으로 송출되는 중앙 언론의 뉴스 한 귀퉁이를 장식했다. 자랑스러운 이야기로 언론을 탔다면 좋으련만, ‘촌극’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해지는 셈이어서 춘천시민의 입장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문제의 촌극은 춘천시의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회의에 참석한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에 회부했다가 철회했다가 다시 회부한 사건을 말한다. 

    민주당 나유경 의원은 의회 행정사무감사 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절대 안 됩니다’는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하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에 피켓 제거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망언과 괴담에 앞장서는 더불어망언당’이라는 피켓을 맞불 차원에서 노트북에 붙였다. 김진호 춘천시의장은 나 의원에 대해 “회의와 무관한 내용의 문장을 부착해 회의 질서를 문란케 했다”며 윤리위에 회부했다가 본회의 직전 철회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났다면 중앙 언론에 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의원이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저간의 경위를 언급하며 “의회가 장난인가”라며 반발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발끈하며 윤리위 회부를 다시 결의했다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은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의 대표이자 지역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때와 장소를 가린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칠 권리와 자유가 있다. 춘천시의원 윤리강령에는 의원의 품위유지, 성실 직무수행과 함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시민에게 책임진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니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춘천시 의회와 직접 관련 없는 사안이라는 의장 판단이 설령 맞다고 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공적 행위로 보아 시민앞에 책임 지우게 하면 될 일이다. 이걸 징계를 주어야 마땅한 질서 문란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남들 앞에 비웃음 사기 알맞을 것이다. 실제 의원들이 정치적 소견을 담은 문구를 회의장 노트북에 부착한 장면은 전국의 기초·광역의회와 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걸 질서문란이라며 징계한 사례가 어디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물론 나 의원의 피켓 행위가 훌륭하다는 뜻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선동과 괴담의 소재로 삼으려는 정치권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염수 방류는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고, 이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핵 폐수’ 운운하며 국민 감정을 부추기면 우리 수산업계에 나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춘천의 대표들이 빚어내는 어설픈 주장과 어설픈 대응의 촌극이 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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