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욕망이라는 이름의 ‘바가지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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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그러진 욕망이라는 이름의 ‘바가지요금’

    ■[칼럼]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3.06.29 00:01
    • 수정 2023.06.30 08:15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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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용 콘텐츠 1국장
    윤수용 콘텐츠 1국장

    강원특별자치도가 중앙은 물론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항해를 시작했다.
    다양한 잡음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장밋빛 전망이 주류다. 하지만 최근 강원자치도 수부 도시 춘천에서 시작한 ‘바가지요금’은 강원자치도를 특별한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아쉬움을 국민에게 제공했다. 반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악덕 상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천 년 전부터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악습 중 하나다.

    ‘바가지를 썼다.’
    바가지요금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이다. 바가지요금 유래설은 개화기 때 중국 도박의 일종인 ‘십인계’(十人契)에서 찾고 있다. 십인계는 바가지 안쪽에 1부터 10까지 숫자를 적고, 이를 섞어서 엎어놓은 다음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바가지에 돈을 건다. 물주가 특정한 숫자를 발표하면 각자 자신이 돈을 건 바가지 숫자를 확인 후 일치하면 모든 돈을 갖는다. 아무도 숫자를 맞추지 못했을 경우 모든 돈은 물주의 몫이다.

    야바위를 조금 더 발전시킨 놀이에서 유래된 ‘바가지’가 강원특별자치도 축제장과 휴가지 곳곳에서 말썽이다.
    바가지요금의 비보는 지난주 폐막한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알렸다. 축제장을 찾은 한 관광객이 ‘감자전 가격’과 ‘닭갈비 양’을 문제 삼았다. 글쓴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정도면 축제가 아니라 어디 한탕 해 먹으려는 범죄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춘천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정식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해명자료는 감자전의 경우 옛날 가격표 사용에 따른 실수와 실 결제금액과의 차이, 닭갈비 양은 축제장 불판이 일반매장보다 크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시민에게는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 해명이다. 궁색한 항변은 실소를 자아낸다.

     

    사진은 이미지 생성형 AI ‘뤼튼’을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사진은 이미지 생성형 AI ‘뤼튼’을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바가지요금 논란 바통은 천년 축제 강릉단오제가 이어받았다.
    단오제 상징인 감자전 값은 잡았지만, 특정 음료값이 문제가 됐다. 강릉의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는 ‘캐릭터 슬러시 8000원 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앞서 함평 나비축제와 영양 전통시장의 바가지요금 문제를 의식,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음식값 논란은 일지 않았다. 하지만 음료 가격을 놓고 시끄러운 모습이 연출됐다. 정부는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에 칼을 뽑아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에서 '착한가격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30일에는 모든 구성원과 ‘착한가격’을 약속하는 자리도 마련한다고 한다.

    악덕 상술의 대명사인 바가지요금의 성지(?)는 관광지, 축제장과 군부대가 주둔 중인 접경지역이 대표적이다. 
    모두 강원자치도의 상징이다. 코로나19 범유행을 어렵게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강원 관광과 경제가 바가지 논란으로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될 것이다.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 인증을 받은 관광객의 아우성이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사라지는 날을 고대한다. 미국 퓰리처상 수상작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가 보여준 인간들의 일그러진 욕망의 퇴출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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