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어둠의 시간 “깊은 숨, 검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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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는 어둠의 시간 “깊은 숨, 검은 밤”

    ‘세 가지 색: 블랙’ 춘천 개나리미술관서 열려
    3가지 색으로 ‘인간 존재’ 풀어내는 연작 전시
    김영훈, 김민지 작가의 회화·판화 등 20여점

    • 입력 2023.05.31 00:00
    • 수정 2023.05.31 13:27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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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색: 블랙’이 내달 4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개나리미술관)
    ‘세 가지 색: 블랙’이 내달 4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개나리미술관)

    다채로운 취향이 공존하는 총천연색의 시대,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전시가 춘천에서 열리고 있다.

    ‘세 가지 색: 블랙’이 내달 4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린다. ‘세 가지 색’은 오랜 화두였던 ‘인간 존재’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개나리미술관이 마련한 연작 전시다. 전시는 ‘인간’을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방황하며 가야 할 방향을 찾는 단색의 존재로 정의하고 이를 블랙(Black), 레드(Red), 그린(Green) 세 가지 색으로 나눠 풀어간다.

    개개인의 외로움과 내면의 사유(Black)에서 시작한 서사는 사회와의 불화를 겪는 유약한 존재의 문제(Red)로 확장되고, 인간 너머의 다양한 존재들과의 공존의 삶의 형태(Green)를 지향하며 끝을 맺는 기획이다.

    연작전을 시작하는 이번 ‘블랙(Black)’ 전시는 ‘깊은 숨, 검은 밤’을 부제로 열린다. 어떤 빛나는 색으로도 규정 짓지 못하는, 흑백의 심연으로 화면을 채워나가고 있는 김영훈, 김민지 두 명의 작가가 주인공이다. 회화와 판화 등 20여점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근원적 질문에 대한 이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세 가지 색: 블랙’에서는 김영훈, 김민지 작가의 회화, 판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사진=개나리미술관)
    ‘세 가지 색: 블랙’에서는 김영훈, 김민지 작가의 회화, 판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사진=개나리미술관)

    김영훈 작가는 흠결 없이 고운 블랙의 인물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형상을 표현한다. 작품 속 인물은 세상으로부터 눈을 감고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으로의 여행은 인간이 한없이 미약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는 끝내 알 수 없는 어둠과 먼지처럼 작은 존재의 경계에 머무르며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세계를 유영한다. 동시에 풀 수 없는 무언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지생활을 하던 김민지 작가는 고향과 주거지를 오가며 바라본 버스 창밖의 풍경을 화폭에 옮겼다. 깊은 먹색의 동양화로 표현된 풍경 위에 맺힌 빗방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기시킨다. 한 자리에 깊게 뿌리박혀 살아가는 부동의 존재인 나무가 지속적인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정착에 대한 동경으로 풀이된다. ‘어디에서부터 왔고 어디로 가는지’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이 작가의 화두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하나의 색이 지니는 화두를 통해 한 사람으로서 생을 영위하는 자의 고민과 사유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모든 색으로 뒤덮인 세계로부터 눈을 감고 고요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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