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과 직원의 죽음, 어떤 걸 걱정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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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 처벌과 직원의 죽음, 어떤 걸 걱정하나요

    ■[기고] 한덕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 입력 2023.05.14 00:00
    • 수정 2023.05.14 00:58
    • 기자명 한덕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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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한덕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그것이 예측 가능하지 않고 회피 가능성도 없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 2020년 7월 원주시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대리운전으로 가던 차에서 갑자기 내려 6차선 도로를 질주하다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운전자에게 무죄를 판결했는데, 그 사고가 운전자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피할 도리가 없었다고 본 듯하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주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어 예방이 불가능한 사고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실례로 작년 벌목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정한 벌목규정을 모두 준수하였음에도 재해가 발생해 담당 검사의 지휘로 내사 종결됐다.

    그러므로 막연히 사고를 걱정하기보다 사고가 나지 않게 법에서 정한 경영책임자의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현재까지 강원지역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모두 23건. 추락방지 조치 없이 작업하다 고소작업대에서 떨어진 사고, 내부에 큰 압력이 있는 줄 모르고 배관파이프를 풀다 배관에 머리를 맞은 사고, 인화물질이 들어있던 드럼통을 세척하지 않고 분쇄하다가 드럼통이 폭발한 사고, 절연보호구 없이 작업하다 감전된 사고 등 모든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켰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이란 위험 요인을 파악하여 제거, 대체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현장의 유해·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실행되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무로 기술적 조치의 성격이 강한 반면,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관리적·경영적인 관점에서 이행되어야 하는 상호 의존적인 안전관리 요소들의 집합체다.

    현장소장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산재사망사고 감소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의 조치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경영책임자등의 의무를 「경영방침-조직-절차마련-예산부여-현장책임자 배치-종사자 의견 청취-위험회피-하도급 관리」 등 9가지 의무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에서 규정한 경영책임자의 작위의무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보건 조치 불이행의 개연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사고가 나면 늘 같이 지내던 직원의 부재를 견뎌야 하고, 슬픔에 젖은 직원의 가족을 만나야 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준비하여야 하고, 작업은 중지되며, 사고에 책임이 있는 관리자뿐 아니라 사고를 목격한 동료 노동자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게 된다. 또한 막대한 액수의 법률자문 비용을 감당해야 함은 물론이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라는 법이다. 돈이 들 수 밖에 없지만 사고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에 비하면 가성비 높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 여러분의 합리적인 선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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