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Love story in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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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Love story in Italy

    • 입력 2023.05.05 00:00
    • 수정 2023.05.05 07:50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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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유럽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나는 로망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처음으로 떠나는 유럽 여행이었지만 패키지여행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유럽 여행 카페에서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출발을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카페에서 글을 하나 발견합니다. ‘혹시 크리스마스에 프라하에 계신 분?’ 마침 저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체코 프라하로 들어가는 일정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기마상 앞에 약 30명의 사람이 모여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펍으로 들어갔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남자 셋, 여자 셋은 금세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일정을 변경해 가면서 나머지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합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무리하게 일정을 바꾼 이유는 그 멤버 중 한 명, H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함께 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H를 좋아하는 마음은 커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H와 함께할 수 없게 되었어요. 저는 로마로 가야 하고 H는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로 가는 일정이거든요.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유럽에 왔는데 로마를 포기할 수는 없죠. 저는 왕복 여섯 시간이나 걸려가며 밀라노까지 H를 마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3일 후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로마로 가는 야간열차 안에서는 그토록 기다리던 로마이었건만 기쁘기는커녕 슬픈 기분이 가득했어요.

    3일 후 새벽,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어요. 골목길을 걷다가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거리는 유리 공예품을 하나 샀어요. 그렇게 12시가 됐고 약속 장소인 우피치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거기다가 우피치 미술관의 입구는 무려 네 곳이나 있어서 연락처도 서로 없던 우리가 만날 수 없겠다는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온종일 우피치 미술관을 몇 바퀴나 돌며, 아르노강을 서성이며, 다리를 몇 번이나 건너면서 미켈란젤로 언덕도 가봤지만 우리는 만날 수 없었어요. 해가 지고 나서야 우리가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마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해질녘까지 서성였던 아르노 강과 베키오 다리.
    해질녘까지 서성였던 아르노 강과 베키오 다리.

    다음 날, 바티칸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지만, 전혀 감흥이 없었어요. 베드로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줄을 서 있는데, 그 순간 뒤에서 누가 저를 부를 거예요! “어? 오빠 여기서 뭐 해?” H였어요! 어제 피렌체에서 약속을 정하고도 못 만났는데, 훨씬 더 큰 로마에서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거죠! 저는 그날 저녁 스위스 베른으로 떠나는 기차표를 취소하고 로마에 하루 더 있기로 합니다. 로마의 명소를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추억을 쌓았어요. 그리고 해가 질 무렵, 과거 로마의 흔적인 포로 로마노가 한눈에 보이는 로마 시청 건물 옥상 카페에서 그녀에게 어제 피렌체에서 산 선물을 전해줬습니다.

    영국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 달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도시별로 갈만한 곳을 추천해 줬어요. 그때 저와 비슷한 일정을 다녔던 일본 사람도 사진을 공유하며 함께 이야기했어요. 그때 주변 사람들이 그가 로마에서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저에게 이야기했어요. “야 이거 혹시 너 아니야?” 그 사진은 바로 제가 로마 시청 옥상 카페에서 H에게 선물을 주고 수줍게 웃고 있는 순간을 담고 있었어요.

    ■ 강이석 필진 소개
    -춘천여자고등학교 지리 교사
    -여행이 부르는 노래 저자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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