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여행기]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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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여행기]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두 번째 이야기

    • 입력 2023.04.21 00:00
    • 수정 2023.04.24 18:05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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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46시간 동안 달린 기차는 드디어 최종 목적지 라싸에 도착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 아무런 정보 없이 티베트 여행을 준비하면서 포탈라궁의 웅장한 모습과 라싸의 푸른 하늘만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드디어 도착한 것이죠. 라싸 중심은 이미 많이 중국화 되어있었지만, 구시가에 들어서니 원래 티베트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허름한 호스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양손에는 춘천지역 마트 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방에 모여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소리쳤습니다. "혹시 춘천사람이세요?" 제가 들고 있던 봉투를 보고 여행 중이던 춘천사람이 저에게 소리친 거죠. 티베트 라싸에서 그냥 한국 사람도 아닌 춘천사람을 만나다니! 허가증 없이 티베트로 온 사람이 저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이 풀어진 탓일까요? 그날 밤, 해발 고도 4000m 고산 도시 라싸에서 처음으로 고산병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라싸였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고산병도 점차 나아지고 공안들을 마주쳐도 그다지 긴장되지 않네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진짜 티베트를 느끼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라싸를 벗어나 티베트의 3대 호수 중 하나인 암드록쵸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왕복 5시간 거리를 이동할 택시를 구했고, 통역을 도와줄 중국인 친구도 만났습니다. 라싸를 벗어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드넓은 초원이 나왔고, 그렇게 좁디좁은 험준한 고갯길로 2시간 넘게 달린 끝에 암드록쵸에 도착했습니다.

    태양이 비친 호수 빛은 에메랄드빛 그 자체였고, 호숫가에는 블랙야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습니다. 함께 간 일행과 암드록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호수를 바라보기 위해 산으로 올랐습니다. 그곳에서 오색빛깔 타르초가 바람이 정신없이 휘날리는 소리,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이 쌓인 닝진캉사펑, 그리고 그 아래 바다같이 푸른 암드록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마음속에 영원히 남겼습니다.

     

    포탈라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티베트 가족. (사진=강이석)
    포탈라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티베트 가족. (사진=강이석)

    라싸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시신이 안착되어 있는 포탈라궁이 있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순례객들은 포탈라궁을 들른 후 순례길의 종착지인 조캉사원으로 향합니다. 그들은 조캉사원으로 가는 길, 바코르를 시계방향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돕니다. 조캉사원 광장에 들어서니 순례객들이 조캉사원 벽을 향해 절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슬람 성전에서 수많은 무슬림들이 절을 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어지러우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절을 하는 사람들 위로 오색 타르초가 무수히 펄럭이고 있습니다.

    조캉 사원에는 ‘마아자이’라는 전통 찻집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종업원은 외국인을 보니 호기심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겁니다. 제가 라싸의 경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여행을 왔다고 말하니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자신도 티베트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며 타르쵸에 적혀있는 티베트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그 순간, 찻집으로 중국 공안들이 들어왔고, 티베트 청년은 깜짝 놀라며 탁자에 펼쳐놓았던 타르초를 탁자 밑으로 숨기며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일제 통치를 받던 식민지 조선 경성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티베트 청년이 설명해 준 타르초를 양손에 들고 마치 식민지 조선 독립군의 모습처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강이석 필진 소개
    -춘천여자고등학교 지리 교사
    -여행이 부르는 노래 저자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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