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 언론 길들이기, 신군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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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의 언론 길들이기, 신군부가 떠오른다

    [기자수첩] 최민준 경제팀 기자

    • 입력 2023.04.06 00:01
    • 수정 2023.04.08 00:07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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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준 경제팀 기자

    춘천시와 육동한 시장을 보고 신군부를 떠올렸다.

    최근 춘천시 산하기관 관계자에게 취재차 전화를 걸었다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요즘 MS투데이가 춘천시랑 사이가 안 좋으냐“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들어보니 최근 춘천시가 산하기관들에 “MS투데이 취재에 응할 때 시의 확인을 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가 본지에 몇 마디 건네는 동안에도 시의 눈치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춘천시 산하기관들에게 춘천시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생명줄과도 같다. 결국 예정했던 취재는 잠정 보류됐다.

    춘천시에 추가로 취재해 보고 나서 ‘춘천시와 관계가 안 좋으냐’는 뜻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춘천시 한 관계자는 “MS투데이가 비판 기사를 많이 써서, 산하기관이 직접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으니 우선 함구하고 시의 확인을 받아 공개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본지는 최근 육동한 춘천시장과 춘천시의 시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다. 육 시장의 취임 8개월을 맞아 ‘민선 8기 공약 점검’ 시리즈를 내보냈다. 원주를 비롯한 강원도내 다른 도시들의 국가사업 유치 성공과 비교해 ‘국가사업 춘천 패싱 논란’도 다뤘다. 춘천 시내버스 정류장에 중복 명칭이 다수여서 주민들도 헷갈린다는 점과, 춘천대교 경관조명과 소양2교 미디어파사드 오작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춘천시뿐 아니라 강원도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도 잘못이 있으면 취재해 기사로 썼다.
     

    춘천시가 산하기관들에 MS투데이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함구 후 시의 확인을 받으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가 산하기관들에 MS투데이 취재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함구 후 시의 확인을 받으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와 육동한 시장은 마치 ‘칭찬하는 기사를 쓰면 같은 편이고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비판 기사는 불쾌해하고 경계할 것이 아니라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더 나은 시정을 펼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팩트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정식으로 문제 제기해 바로 잡으면 된다. 그게 지자체와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다.

    춘천시는 수많은 언론사 중에서 비판 기사를 많이 내보낸다며 MS투데이만 콕 집어 사실상 취재에 응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인 신군부 시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은 언론사 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를 통폐합하고 비판 기사를 쓰던 언론인들을 대거 해직했다. 살아남은 언론인들을 세뇌해 길들여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만들어 냈다. 중앙정부 행정관료 출신인 육동한 시장이 당시의 폐해에 대해 모를 리 없다. 시청과 도청에서 받는 광고비로 유지되는 일부 언론들과만 관계를 맺으면서 언론관이 시대를 역행하기라도 했나.

    본지와 본 기자는 앞으로도 춘천시를 비롯한 지방정부와 권력기관의 잘못된 점을 찾아내 기사로 쓸 것이다. 가리고 숨기려 할수록 더 끈기 있게 취재해 시민 앞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만들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기자로서 춘천시 발전에 힘을 보태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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