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쉼표가 살아 숨 쉬는 곳, 춘천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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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쉼표가 살아 숨 쉬는 곳, 춘천예찬

    ■최상호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장

    • 입력 2023.03.24 00:00
    • 수정 2023.03.24 09:04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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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호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장
    최상호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장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소양강 처녀’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가요인 ‘춘천 가는 기차’의 첫 소절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에서 ‘춘천-속초 철도건설 사업, ’강릉-제진 철도건설 사업‘의 지적중첩도 작성업무와 지적현황측량을 시작한다는 업무보고를 받으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강원도 연고가 아니지만 춘천에 터를 잡아 사는 한 직원은 “중학생 즈음 이 노래를 처음 접하고 김현철 씨의 팬이 됐다”며 “춘천에 대한 낭만을 품어오다 지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한 변화를 거치며 필자가 근무하는 공사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2015년 대한지적공사에서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토‧공간정보를 활용한 디지털트윈 국토 조기 완성’을 위해 LX플랫폼과 행정서비스 모델 구축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격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중 직원과의 대화가 떠올라 잠시 아날로그 감상에 젖었나 보다.

    필자가 한창 대학 생활을 만끽하던 1980~90년대 춘천은 경춘선, 강변가요제, 강촌, MT 등 청춘과 낭만의 대명사였다. 13년 전 수도권 전철의 시대를 맞아 춘천 가는 기차의 낭만은 다소 덜해졌지만 ITX 청춘은 여전히 달리고 있다. 춘천 곳곳에서 아날로그 감성,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춘천에서 근무한 2년 동안, 아내와 함께 만들어간 우리만의 산책길 곳곳에서 디지털 세상 속 아날로그 감성을 흠뻑 느끼며 춘천이 지나온 시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집 부근인 KBS 춘천 방송국을 지나 온의교, 호반교, 공지천교를 걷다 만나는 에티오피아 한국참전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의 아픔과 우리나라를 위해 참전해준 파병국의 전공과 희생에 감사함을 생각하게 된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역동적인 쏘가리 동상에서는 일제강점기 춘천이 지나온 아픈 과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물자를 옮기려고 소양강에 설계한 교각을 그대로 두고 만든 역동적인 쏘가리 동상은 아픈 과거의 흔적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현재에 담은 듯해 많은 여운을 남긴다.

    춘천을 걷다 아픔의 역사만 마주하는 건 아니다. 의암호를 따라 남쪽으로 걸으면 날개를 편 나비가 의암호를 바라보는 형상의 범상치 않은 건물을 만난다. KT&G 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름처럼 그곳을 거닐 때면 아직도 온몸의 세포가 꿈틀거리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옛 기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봄봄’과 ‘동백꽃’이 살아있는 김유정역이 나타난다. 소설을 읽던 유년 시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어 감상에 젖는다.

    누구나 쉼 없이 달리면 때로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춘천 가는 기차’의 가사처럼 계획 없이 무작정 기차에 올라타 춘천을 만난 건 아니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게 바친 회사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 쉼 없이 달려온 날을 뒤로하고 춘천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한다는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쉼표를 찍을 여유를 안겨준 곳, 청춘과 낭만을 다시 느끼게 해준 곳. 춘천! 당신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춘천예찬-

    [최상호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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