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생존법 ‘무지출 챌린지‘ 도전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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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 생존법 ‘무지출 챌린지‘ 도전해보니

    지출 총 1만6150원으로 2만8000원 절약
    MZ세대 무지출법, 지속 불가능한 것 많아
    ”무지출보단 합리적 소비 지출이 바람직”

    • 입력 2022.08.01 00:01
    • 수정 2022.08.04 18:06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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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욜로’와 ‘플렉스’를 외쳤던 MZ세대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생활비를 극단적으로 아끼는 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 한푼도 안쓰는 무(無)소비에 도전하는 것을 뜻한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으로 6일간 버티기,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밥 얻어먹기 등이다.

    기자는 MZ세대의 신 생활방식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 27일 하루 동안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했다. 그러나 사람이 생활하는 한 진정한 무지출은 불가능한 일. 따라서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지출을 아끼는 데 의의를 뒀음을 밝힌다.

    후텁지근했던 이날 아침. 기자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20분을 걸어서 회사로 출근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침 식사거리로 커피와 쿠키를 구입(2440원)했다. 출퇴근시 버스(1250원)나 택시(4000원)를 타지 않아 교통비를 아꼈다.

     

    27일 아침으로 커피와 쿠키를 먹고 점심에는 회사식당에서 식사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김유정역 근처에서 취재가 있어 교통비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다행히 퇴계동으로 이동하는 회사 선배의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퇴계동에서 신동면까지(2.1km) 30분간 걸어 취재 장소에 도착했다. 취재가 끝나고 인터뷰이가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다”며 회사까지 태워 주었다. 교통비 0원 지출에 성공했다.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해 식비를 아꼈다. 쌀밥과 닭곰탕, 제육볶음과 각종 밑반찬을 통해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했다. 외부 백반 식당을 이용했다면 최소 8000원 수준의 식사 비용을 아낀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강원지역 김치찌개 백반은 평균 7556원이다.

    퇴근 후 저녁 식사는 무지출 챌린지의 최대 위기였다. 굶거나 저렴한 식재료로 때울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강원지역 마트가격 기준으로 두부(300g)는 1100원, 어묵(400g) 3490원, 콩나물(350g) 1550원, 달걀(대란 15개)은 3990원이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고려해 우삼겹구이와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는 구이용 고기 중 미국산 냉동 우삼겹이 100g에 19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포장 단위가 가장 작은 우삼겹을 집으니 600g 정도에 1만1350원이었다. 다른 고기류 가격은 국내산 삼겹살(100g당 2170원), 국내산 목살(100g당 2270원), 호주산 척롤(100g당 2470원) 등이었다. 깻잎(50g) 1270원, 된장찌개에 넣을 두부(300g) 1090원 등을 추가로 구입했다. 상추는 가격이 100g에 2470원으로 오른 상태라 이번에는 구매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지출한 금액은 1만3710원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쌀과 된장, 김치, 양파 등은 집에 있던 재료를 이용해 비용을 최대한 아꼈다. 저녁식사로 먹은 양을 기준으로 구매가격을 환산해봤다. △우삼겹(200g) 3800원 △밥 1공기 300원 △양파 1개·파 한 뿌리 700원 △두부 반 모 545원 △깻잎(25g) 635원 △배추김치(50g) 400원 △된장 2스푼·쌈장 1스푼 500원을 합하면 6880원이다. 남은 우삼겹과 채소들로 두 끼는 더 먹을 수 있어 실제 효과는 더욱 크다. 이날 세 끼 식사에 지출한 돈은 총 1만6150원이었다.

     

    이날 저녁에는 우삼겹 야채볶음과 된장찌개를 먹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이날 저녁에는 우삼겹 야채볶음과 된장찌개를 먹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이날 지출금액을 전날과 비교해 봤다. 전날 기자는 아침식사로 구입한 카스테라(3500원)와 우유(1500원), 점심 비빔밥(7000원), 아메리카노(2500원), 저녁으로 시켜 먹은 치킨(2만원) 및 교통비(택시비 1만원)를 합해 4만4500원을 지출했다. 챌린지를 통해 전날 대비 2만835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한달에 20일 반복하면 56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MZ세대가 ‘무지출 챌린지‘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먹고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냉장고에 있는 음식으로 6일간 버티기, 방구석에 돌아다니는 카페 쿠폰을 모아 무료 커피 받기,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밥 얻어먹기, 저녁식사 건너뛰기 등이 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지인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퇴근 후 두문불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무지출 챌린지‘는 엄밀히 따져보면 무지출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서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먹으면 언젠가는 다시 냉장고에 음식을 채우기 위해 돈을 쓰게 된다. 커피 쿠폰을 모으는 것이나 얻어먹기, 친구들과의 약속 미루기 등도 지속 가능한 방법들은 아니다.

    진정 소비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계속해서 실천 가능한 선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 만약 한 달 식비를 30만원으로 정했다면 하루 평균 1만원씩 지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 내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대신 마트에서 식자재를 대량 구매해 놓고 계획적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래도 생각나는 경우에만 한도를 정해 놓고 배달 주문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짠테크’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종선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투자의 길도 막히면서 2030세대가 선택한 방법이 무지출”이라며 “삶의 만족도나 행복같은 긍정 정서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무지출 챌린지보다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선택지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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