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문 닫겠소?” ‘개문냉방 딜레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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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라면 문 닫겠소?” ‘개문냉방 딜레마’ 어쩌나

    명동 다녀본 결과 점포 54곳 중 절반 가까이 개문냉방
    점주 “정부는 환기하라는데 어떡하라는 거냐”
    시 “전력 우려 있지만 상경기 위축도 고려해야”

    • 입력 2022.07.15 00:02
    • 수정 2022.07.25 14:53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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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춘천 명동. 춘천 상권의 중심인 명동 쇼핑거리에는 한낮에도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 중인 점포들이 여럿 보였다. 점포 안쪽에서 가동한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른바 ‘개문(開門)냉방’이라 불리는 행위로, 여름철 시원한 매장 안쪽으로 손님을 유도하기 위한 영업 전략이다.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5일 서울 시내의 한 매장이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고 있다. 냉방 중인 실내의 냉기가 매장 앞까지 이어지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 모듈로 촬영한 이 영상에서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사진=연합뉴스)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5일 서울 시내의 한 매장이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고 있다. 냉방 중인 실내의 냉기가 매장 앞까지 이어지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 모듈로 촬영한 이 영상에서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본지가 명동 쇼핑거리를 1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취재한 결과 1층 점포 54곳 중 21곳이 에어컨을 켠 상태로 출입문을 열어 뒀다. 길을 지나는 몇몇 시민들은 점포 안을 흘깃 쳐다보며 멈춰 서기도 했고, 에어컨 바람에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점포 안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함께 따라 들어가 켜진 에어컨을 살펴보니 설정된 희망온도는 20도였다.

    ‘개문냉방’은 여름철 전력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계기로 ‘개문냉방을 자제하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권고가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올해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초여름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상권 침체는 더 심각하다. 소상공인들이 전기료 폭탄을 감내하며 영업하겠다는데 지자체가 강하게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19 재확진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환기하라’는 정부의 방침도 있었다. 

    이날 만난 명동의 점주들은 “출입문을 닫았을 때보다 열어뒀을 때 손님이 2~3배 이상 많이 들어 와 에어컨을 끌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명동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점포의 대표는 “문 열고 에어컨 틀지 말라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직접 와서 장사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개문냉방이 안 좋다지만 문을 닫으면 당장 죽게 된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냐”고 하소연했다. 

    개문냉방은 경우에 따라 지자체 단속을 받을 수도 있는 행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 상황을 보고 개문냉방 단속 지침을 내릴 경우 지자체가 단속할 수 있으며, 단속되면 업주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개문냉방을 단속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산업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서만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로 지난 7일에 최대 전력 수요가 93기가와트(GW)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당시 전력 예비율은 7.2%까지 떨어졌다. 이날 현재 전력 예비율은 17% 수준을 기록 중이다. 산업부는 앞서 올여름 전력 피크 시기는 8월 둘째 주로 이때 최대 전력 수요는 91.7기가와트(GW)~95.7GW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력 수급은 원전 가동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예비율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시 관계자는 “올여름은 상경기 위축과 코로나19 전파, 전력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해서 어느 때보다 골치 아픈 여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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