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소액 후원을 통해,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고액 후원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 의원은 이른바 ‘개미’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했고, 한 의원은 재력가의 후원을 조금 더 많이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21년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허영 의원은 2명의 후원자로부터 연간 300만원이 넘는 후원금 1000만원을 모금했다. 허 의원이 받은 전체 후원금 1억6061만원 중 6.2%에 해당한다.
한기호 의원은 4명의 후원자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아 1999만원을 모았다. 전체 후원금 1억1103만원 중 18%에 달한다.
강원지역 국회의원들이 받은 후원금을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0명의 후원자로부터 976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이는 전체 후원금 4억3983만원 중 22.2%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43명의 후원자에게서 2억1209만원을 고액 후원으로 모금했다. 전체 7억1228만원 중 29.8%이다.
민주당에선 이광재(원주갑) 의원이 13명의 후원자로부터 6360만원을 모금했고, 송기헌(원주을) 의원은 5명의 후원자로부터 2500만원을 모았다. 국민의힘에선 권성동(강릉) 의원이 19명에게서 9400만원, 유상범(홍성·횡성·영월·평창) 의원이 10명으로부터 4550만원을 후원받았다. 또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7명·3360만원), 이철규(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4명·1900만원)은 후원자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강원지역 국회의원의 고액 후원자 중에는 지역 출신 기업인이 많았다. 이동석(66) 석전자·마레몬스호텔 회장은 허영 의원과 한기호 의원에게 최고한도액인 5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5월 5회에 걸쳐 100만원씩 후원했으며, 이씨의 부인 김희언(47)씨도 한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천 출신인 이 회장은 “한 의원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후원을 이어왔고, 허 의원은 얼굴도 잘 모르지만 지역 의원이 됐길래 후원을 시작했다”며 “고향에 기부한다는 취지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예전엔 김진태 의원에게도 후원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68) 상진 회장도 한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으며, 현재 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최인권(53)씨는 허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는 제4·5·6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고성군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었다.
눈에 띄는 인물 중에는 윤세영 태영그룹·SBS미디어그룹 창업회장도 있었다. 철원 출신인 윤 회장은 이광재 의원과 권성동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
이동빈(62) 수협은행 은행장과 김덕상(57)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 회장도 이광재 의원에게 500만원, 450만원씩 기부했다. 이 은행장은 이 의원과 같은 평창 출신으로 원주고를 나왔다. 김 회장은 2020년 5월 29일부터 2021년 10월 8일 춘천 소재 바이오기업 유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였다.
제15·16·17대 신한국당·한나라당, 18대 무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최연희(77) DB아이엔씨 회장은 권성동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동해시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최 회장은 동해(15대)와 삼척·동해시(16~18대)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
이윤희(54) 한일현대시멘트 이사는 유상범 의원에게 400만원을 후원했다.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대표였던 그는 최근 여주공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유상범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안대희(66) 전 대법관도 후원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안 전 대법관은 유 의원과 같은 경기고·서울법대 출신이다.
윤강준(61) 강남베드로병원 원장은 이양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윤 원장은 이 의원과 같은 속초 출신이다.
한편 후원금 내역이 공개될 때마다 논란이 됐던 지역구 지방의원의 고액 후원 관행이 강원도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