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 임금‧퇴직금 1억원 미지급한 춘천 목사…엇갈린 1‧2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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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사 임금‧퇴직금 1억원 미지급한 춘천 목사…엇갈린 1‧2심 판단

    춘천의 한 교회서 6년 간 전도사로 일해
    미지급 임금‧퇴직금 요구, 목사는 “못 줘”
    1심서 무죄, 항소심서 벌금 700만원 선고
    ‘종교인 근로자로 볼 수 있나’ 엇갈린 판단

    • 입력 2022.01.02 00:01
    • 수정 2022.01.03 06:38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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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교회에서 6년간 일한 전도사에게 월급과 퇴직금 등 총 1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 목사가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래픽=연합뉴스)
    춘천의 한 교회에서 6년간 일한 전도사에게 월급과 퇴직금 등 총 1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 목사가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래픽=연합뉴스)

    춘천의 한 교회에서 6년간 일한 전도사에게 월급과 퇴직금 등 총 1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 목사가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열린 1심에서 해당 목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전도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것인지를 두고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전도사가 교회에서 한 일을 봉사활동으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의 경우 전도사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2012년부터 6년간 근무, 급여는 100만원 불과

    신학교와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 교육을 받은 전도사 B씨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담임목사 A씨가 목회자로 있는 춘천의 한 교회에서 근무했다. 

    B씨의 근로시간은 화요일~토요일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의 경우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휴일은 매주 월요일 하루로, 주 6일 근무했다. 

    근무시간 이외에도 B씨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새벽 4시부터 3시간, 토요일 새벽 5시부터 2시간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신도를 위한 차량도 운전했다. B씨는 일주일에 대략 70시간씩 일한 셈이다. 

    이렇게 일하고 B씨가 받은 급여는 100만원이다.

    2013년 6월부터 110만원으로, 2016년 10월부터는 130만원으로 각각 급여가 올랐다. 2018년 1월에는 140만원이 됐다. 교회는 B씨의 임금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퇴직 후 B씨는 교회 담임목사인 A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9400여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1심 “종교활동은 신앙전파가 목적, 근로자 아니다”

    1심 재판부는 담임목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교회의 종교 활동은 이윤 창출이 아닌 신앙전파가 목적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성직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종교 활동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보게 되면, 종교 활동자체가 금전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돼 자발성이라는 종교활동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활동으로서 근로하는 경우에는 본질에서 봉사활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일정한 금전을 지급했다고 해도 이는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사례비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사역 활동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할 의사를 갖고 전도사를 채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B씨가 전도사로서 교인을 위한 차량 운전, 행정 업무 등 비 종교 활동도 했지만, 이는 교회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소규모 교회에서 성직자들이 교회 행정 업무도 부수적으로 분담해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2심 “근로자, 종교와 무관하게 법의 보호 받아야”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이유에 대해 “교회는 B씨의 급여에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 B씨를 ‘직장 가입자’로 신고했다”며 “종교적 영역이라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사실을 잘못 인정했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B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것이다.

    춘천지법 형사2부 진원두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며 “B씨는 담임목사인 A씨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았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와 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에 직장 가입자로 신고한 일 등도 B씨를 근로자로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지급한 돈이 임금이 아닌 사례금이라는 목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원두 부장판사는 “B씨가 교회에 전도사로 채용되면서 서명해 제출한 서약서에는 겸직금지 조항이 있는데, 그렇다면 교회에서 받은 급여를 생계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단지 사례금이나 생활 보조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씨가 근로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은 종교적 교리나 종교의 자유에 의해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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