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문학의 만남’ 춘천 가톨릭 신도들, 시인으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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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문학의 만남’ 춘천 가톨릭 신도들, 시인으로 거듭나

    제26회 한국생활문학상 시상식 열려
    정인조 대상, 홍종임 신인상의 영예
    “시로 위로 전한 진정한 가톨릭 교인”

    • 입력 2021.12.07 00:00
    • 수정 2021.12.08 00:0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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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의 차 맛이 씁쓸해서/숨겨진 단맛을/넘보려 나섰다가/이 맛도 저 맛도 아닌/달콤했던 옛 맛만 떠올리다/주머니 술값만 버리고 왔더라//이른 봄/매화꽃 별 밭에서/시를 노래하며 고독을 흘리다/맑은 밤하늘에 빼앗긴 마음/잊혀진 그리운 얼굴들이/샛별처럼/눈에 닿는다 (정인조의 ‘시인과 고독’)

     

    홍종임씨(왼쪽)와 정인조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홍종임씨(왼쪽)와 정인조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의 교인들이 한국생활문학회가 주최한 제26회 한국생활문학상에서 대상과 신인상을 나란히 수상했다.

    대상을 받은 정인조(71)씨는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의 사목회장을 맡고 있으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가톨릭 춘천교구 문우회장을 지냈다.

    그의 문학 인생은 신앙생활과 발걸음을 함께했다. 2012년부터 한국생활문학상 신인상과 작품상을 받으며 오랜 취미였던 시작(詩作)과 작사에 탄력을 붙였다.

    이번에 시 부문 대상에 뽑힌 그의 시 ‘가을 연가’ ‘가을비’ ‘시인과 고독’ 3편은 평범한 듯 정교한 구성을 자랑한다. 심사위원들은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과 바탕에 쌓여 있는 본질이 지극히 평온하고 따뜻해 감각적으로 가슴을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생활문학상에서 볼 수 있던 수많은 명작을 돌아보며 부끄러움 마음이 들었다”면서 “한층 더 수련하는 기회로 삼고 글쓰기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중랑구 중랑구민회관에서 지난 4일 열린 제26회 한국생활문학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인조씨(왼쪽 3번째)와 신인상을 받은 홍종임씨(왼쪽 4번째). (사진=정인조·홍종임씨)
    서울 중랑구 중랑구민회관에서 지난 4일 열린 제26회 한국생활문학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인조씨(왼쪽 3번째)와 신인상을 받은 홍종임씨(왼쪽 4번째). (사진=정인조·홍종임씨)

    신인상을 수상한 홍종임(80)씨는 가톨릭문인회 소속으로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언어들로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풀어냈다.

    그의 시 ‘달님의 미소’ ‘가을 공원에서’ ‘외로운 백로’에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그리움은 그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마르지 않은 샘물이 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삶의 흔적에서 임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라며 “그에게 시는 절망감을 극복하는 소망의 다른 이름이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깨달음의 소산”이라고 평했다.

    그는 “먼저 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종교의 힘으로 이겨내고 시를 쓰며 승화하고 있다”며 “80세라는 황혼 길에서 맞이한 신인상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수상 소식에 종교계에서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10년 동안 가톨릭 춘천교구 문우회를 담당했던 배광하 신부는 “두 분은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꾸준히 시상을 발전시켜 왔다”며 “종교를 통해 삶에서 밀려오는 고독과 외로움을 위로 받고, 이를 발판 삼아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의 시를 전한 두 분의 모습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라고 치하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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