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 집 대문 앞에 차를 세워도 (사진을) 찍어서 신고하니까 차를 세울 곳이 없어요.”
지난달 21일부터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도로에서 주·정차를 전면 금지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일부 지역 주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정법으로 인해 당장 주차할 곳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MS투데이 취재진이 만난 춘천 온의동의 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인근 주택에 사는 A(62)씨는 “우리 집 앞은 오른쪽에 유치원, 왼쪽으로 어린이집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앞으로 차 댈 곳이 없다”며 “시에서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둔다고 해 아직 집 앞에 차를 대고 있지만,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춘천시가 정한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A씨가 자기 집 앞에 차를 주·정차하면 12만원(승용차 기준)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택가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과 함께 집 앞 주차공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지만, 시에선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나 몰라라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주민들은 인근 공원을 개조해 주차공간으로 쓸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처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고수현(56)씨는 “주택단지 안에 주·정차 제한을 해버리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텐데 이미 자기 집 앞을 놔두고 멀리 차를 갖다 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인근 공원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주는 정도의 대책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 27년째 살면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정록(70)씨는 시에 “어린이가 지나다니지 않는 주중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 등에는 주·정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민원을 넣어봤지만 ‘어떠한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이 동네는 주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어린이들은 대부분 타 동네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등·하원을 하고 있다”며 “등·하원 시간 외엔 어린이들이 동네를 지나다닐 일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시에선 아무런 조치도 안 된다는 답변만 하고 있어 주민들 분노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범진 기자 jin@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