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아파트 시장 30년] 상. 아파트 2억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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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아파트 시장 30년] 상. 아파트 2억원 시대

    춘천 아파트 평균 매매가 사상 첫 2억 원 돌파
    지난해 1분기 이후 지속적인 시세 상승 이어가
    시장 침체 → 정부 정책 → 가격 상승 흐름세
    12년간 번 돈 안 쓰고 모아야 한 채 구입 가능

    • 입력 2021.09.24 00:02
    • 수정 2021.10.07 15:3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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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책은 ‘신이 내려와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역사·문화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 ‘집’에 대한 관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문화와 법, 정치, 제도 등 여러 장치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 구조로 형성된다. 주택 시장에 대한 이런 복잡한 시선 속에서 내 집 마련은 서민들의 평생 꿈인 동시에 자본 증식 수단이 됐다.

    춘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최초로 2억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집값 고점 경고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시장에 만연하다. 거주하는 집이 곧 경제적 수준을 말한다는 사회적인 시선과 안정적인 주거에 대한 욕구, 시세 차익에 대한 ‘한탕주의’ 등이 맞물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춘천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춘천을 포함한 강원지역 내 아파트 물량이 과잉공급된 여파로 2018년 1분기 이후 지역 내 아파트값은 2년 가까이 내림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춘천에서는 ‘풍선효과’(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이 불거져 나오는 현상)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동자본은 규제의 빈 곳, 정책의 허점을 찾아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냈다. 춘천은 비규제지역이면서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만큼 이들에게 신규 투자처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재건축 소문을 타고 외지인 투자자들의 매입이 활발했던 후평동 구축 아파트. (사진=박지영 기자)
    재건축 소문을 타고 외지인 투자자들의 매입이 활발했던 후평동 구축 아파트. (사진=박지영 기자)

    ▶국내 집값, 어떻게 변해왔나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 이후 본격적인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 구조 속 국내 주택 시장의 흐름을 돌아보고 거시적 시장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데이터를 통해 평균 실질 주택가격(Real House Prices)을 비교 분석했다. OECD에서는 1986년을 기점으로 한국 주택가격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집값은 지난 1990년 고점을 찍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통화량이 급증하고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여파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3차 순환기가 지난 1990년 최고 정점을 찍는 등 투기 열풍이 일었다. 당시 신도시 대책이 발표되며 정부가 지난 1990년 한 해에만 세 차례의 특별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991년부터 2001년까지는 꾸준한 하락세였다. 지난 1998년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위기 여파로 주택가격지수가 전년(94.0) 대비 13.6p 급락한 80.4를 기록했다. 이후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 부동산 시장 규제 철폐에 나서며 하락 폭이 둔화했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집값 상승이 다시 시작됐다.

     

    1986년~2020년 한국, 미국, 일본, OECD 평균 실질 주택 가격 지수 비교. 파란색이 한국, 보라색이 미국, 빨간색이 일본, 검정색이 OECD 평균을 나타낸다. (자료=OECD DATA)
    1986년~2020년 한국, 미국, 일본, OECD 평균 실질 주택 가격 지수 비교. 파란색이 한국, 보라색이 미국, 빨간색이 일본, 검정색이 OECD 평균을 나타낸다. (자료=OECD DATA)

    국내 집값은 다시 3년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5년(86.8)에서 2008년(101.1) 사이 주택가격지수가 크게 올랐다. 부동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한 종합부동산세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2009년~2010년 사이에는 집값이 내림세였다. 당시 미국 시장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7년(115.6)에서 2008년(103.1) 사이 주택가격이 급락했고, 이 같은 추세는 2011년(86.6)까지도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이 부실 채권으로 전락하며 주택 압류가 급격히 증가, 빈집이 넘쳐나게 됐다. 이런 미국발 여파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5년(100.0) △2016년(100.5) △2017년(100.0) △2018년(100.2) △2019년(99.3) 등 주택가격지수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해 해당 지수가 101.7로 1년 만에 2.4p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집값 부담이 커졌다.

    ▶춘천 아파트 평균 매매가 2억원
    지난 2019년 기준 강원지역 1인당 개인소득은 1917만4000원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2659만3000원으로 사상 처음 2억 원대를 돌파했다. 한 개인이 12년 가까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 된 것이다.

    통계수록 기점인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8월 기준으로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낮았던 시점은 지난 2013년 8월로 1억4806만4000원 수준이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1.9%의 매매가격 상승률을 보여왔던 춘천 아파트 시장이었으나 올해는 전년 같은 달(1억7536만8000원) 대비 5122만5000원(29.2%) 오른 평균 가격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 표본 조정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동안의 집값 통계가 현실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지난해부터 춘천 아파트 시장은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인다.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MS투데이가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올해 2분기 누적치 기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에서 강원지역은 9.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10.3%)과 맞먹으며 경기를 뺀 도 단위 지역 가운데 충북(12.3%)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전세 실거래가 역시 4.8%가 뛰었다.

    높이 치솟은 아파트 가격은 매수 심리를 자극해 활발한 거래를 촉발했다. 올해 2분기 강원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증가했다. 제주(92.6%), 광주(30.1%)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전국적으로는 아파트 거래량이 같은 기간 14.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은 29.3%, 경기는 26.3% 각각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줄었는데, 이런 수요가 강원지역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었음을 시사한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달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강원지역에서 최근 1년간 기타지방에 신규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280만4000원이다. 3.3㎡(평)당 925만3200원으로 1000만원을 목전에 뒀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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