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폐교에 색(色) 입힌 최상희·곽명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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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폐교에 색(色) 입힌 최상희·곽명은 부부

    • 입력 2021.07.03 00:00
    • 수정 2023.09.07 12:41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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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지암국민학교 가덕분교장이 1969년 서면 오월리에 교실 한 개와 교무실 한 개로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꿈을 키웠던 공간은 1982년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10월 새로운 색을 입고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폐교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 넣어 '오월학교'로 재탄생시킨 주인공은 동갑내기인 최상희(39)·곽명은 씨 부부다.

    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엠 공동 대표인 최상희 씨는 오월학교의 실장을 맡았고 아내인 곽 씨는 오월학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오월학교’를 처음부터 기획한 최상희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구 브랜드 회사를 10년 넘게 운영해온 최 실장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된 후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놀던 소중한 기억을 다른 이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공간을 꾸리기 위한 장소를 찾던 중 오월리의 폐교를 알게 됐고 꿈꾸던 공간을 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족과 함께 춘천으로 이사를 했다. 목수이기도 한 최 실장은 개조에 직접 참여, 폐교의 마룻바닥 나무를 재가공해 오월학교의 벽면을 완성했고 공간을 채울 가구들도 직접 만들었다.

    최 실장은 “처음엔 카페, 레스토랑, 나무창작소, 스테이를 다 함께 오픈할 예정이었는데 가을의 오월학교가 너무 예쁘더라”며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카페만 먼저 문을 연 후 차례로 오픈해 이제는 모든 공간이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폐교에 색을 입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오월학교’ 최상희 실장. (사진=배지인 기자)
    폐교에 색을 입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오월학교’ 최상희 실장. (사진=배지인 기자)

    ▶가족이 함께 추억 쌓는 프로그램 기획
    오월학교의 ‘오월나무창작소’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무와 공구를 이용해 소품을 만드는 목공수업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공구를 체험해보고 오랫동안 소장할 만큼 좋은 소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중간에 조금씩 도움은 주지만 수업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최 실장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 공구도 나와 부모님이 옆에서 봐줄 수 있다면 안전하게 쓸 수 있다”며 “아이에게 못 쓰게 한다고 해서 안 쓰는 건 아니니 조금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오월나무창작소에서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목공 제품은 배제한다. 최 실장이 수업에서 사용할 제품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공구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나무상자 만들기, 우드스틱 만들기, 캠핑의자 만들기 등을 통해 아이들은 망치질, 나사 조절, 색칠 등과 각종 기계를 다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겨울에 진행한 겨울썰매 만들기의 경우 어릴 적 향수를 자아내 부모님들에게 호응이 좋았다. 오월학교 근처 저수지에서 직접 만든 썰매를 타기도 했다. 최 실장은 “우리 아이는 목공수업 때 누가 얼음 썰매를 만들고 있으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날은 그 친구와 함께 썰매를 탈 수 있어서기 때문이다.

    오월학교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오월 사진관’은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사진은 최 실장이 직접 만든 액자에 담아준다. 최 실장은 “하나하나 우리의 손길이 닿는 것이라 의미 깊다”며 “사진을 보고 만족스러워하시면 나 역시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월학교’ 입구. 아이들도 드나들기 쉽도록 작은 문을 만들었다. (사진=배지인 기자)
    ‘오월학교’ 입구. 아이들도 드나들기 쉽도록 작은 문을 만들었다. (사진=배지인 기자)
    ‘오월학교’의 카페 공간. 폐교의 마룻바닥 나무를 재가공해 벽을 만들었다. (사진=배지인 기자)
    ‘오월학교’의 카페 공간. 폐교의 마룻바닥 나무를 재가공해 벽을 만들었다. (사진=배지인 기자)

    ▶진짜 학교처럼 배움과 추억이 있는 공간

    오월학교 공간의 반을 차지하는 스테이 역시 가족의 공간으로 꾸려져 있다. 룸 하나에 성인은 최대 2명으로 제한하는 대신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넣고자 했다. 스테이를 열게 된 데는 당일치기로 다녀가기에 먼 거리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오월학교의 모든 시간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 최 실장은 “스테이에서 이른 아침 새소리와 물소리, 늦은 밤 밤하늘의 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 실장이 오월학교를 기획할 때부터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먹거리’다. 디저트 담당 파티시에, 음료 담당 바리스타, 요리 담당 셰프가 좋은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의 메뉴를 로컬 식자재를 이용하는 메뉴로 바꿔나가고 있다. 최 실장은 “일은 조금 더 많아졌지만 이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에 연고가 없던 최 실장이 오월리에서 오월학교를 열겠다고 했을 때 춘천에서 나고 자란 지인은 “오월리가 춘천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먼 곳이다”는 이야기를 했다. 30~40분은 기본으로 움직이는 생활반경인 수도권에서 지낸 최 실장은 ‘30~40분이면 금방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오월학교를 열고 나서 손님들이 심리적 거리를 멀게 느끼는 것을 체감했다. 이에 심리적 거리를 좁힐 방법을 고민하고 더 재밌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오월학교를 준비하면서 만든 노트들을 카페 창업이나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또 ‘돈을 모아야 할까?’. ‘취미생활에 돈을 많이 쓰면서 생활해도 될까?’ 등 젊은 사람들이 하는 돈에 관한 고민들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계획 중이다.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으면 외부에서 유명 강사를 초청해 멘토와 멘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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