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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소상공인] 55. “25년의 정통”…‘헤븐(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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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소상공인] 55. “25년의 정통”…‘헤븐(HEAVEN)’
  • 신초롱 기자
  • 댓글 1
  • 승인 2021.04.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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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낭만이 있는 관광도시 춘천은 따뜻한 봄날이 되면 연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구봉산은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이점으로 늘 인파가 몰린다.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에는 어디서나 보기 힘든 장관이 펼쳐진다.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골라다니는 것도 구봉산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다.

현재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자리한 곳에는 레스토랑 ‘헤븐(HEAVEN)’이 있었다. 연매출이 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업을 이뤘지만 시민의 곁에서 돌연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구봉산 헤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음식을 퇴계동에서 다시 맛볼 수 있게 됐다. 2004년 문을 닫은 후 절치부심 끝에 4년 전 다시 '헤븐'을 연 이성민(48) 대표를 만났다.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헤븐(HEAVEN)’ 이성민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헤븐(HEAVEN)’ 이성민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법대 재학시절, 늘 바랐던 ‘장사’의 꿈 이루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원대학교 법대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업에는 도통 관심이 가지 않았다는 그는 21살 무렵부터 강대후문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시장에서 파치(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를 얻어와 일일이 다듬어 안주를 만들어 파는 등 남다른 장사 기질을 보였다.

사업 수완도 뛰어났다. 이 대표는 한때 전국에서 단위면적당 소주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이었던 강원대학교 후문의 술 문화를 주도한 인물 중 한명이다. 이 대표는 하루 술 판매량이 소주 13박스, 생맥주 27통이었던 적이 있다. 매출로 보면 600만원 정도인데 이 기록은 당시 깰 수 없는 기록으로 통했다.

1996년부터는 누나와 매형이 준비한 구봉산 ‘헤븐’에 합류하며 가족이 만든 사업 테두리 안에서 갖고 있는 재주를 마음껏 발휘했다.

 

‘헤븐’을 대표하는 스테이크, 빠네, 샐러드, 식전빵 (사진=MS투데이 DB)
‘헤븐’을 대표하는 스테이크, 빠네, 샐러드, 식전빵 (사진=MS투데이 DB)

“하루는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술냄새를 풍기던 저를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요즘 뭐하냐고 묻길래 레스토랑을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너는 뭐가 될래?’라고 물으시더라고요. 돈 벌어서 장학금을 대겠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레스토랑에 교수님이 방문하셨는데 제가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흐뭇하셨나봐요. 교수님이 다녀간 이후로 ‘헤븐’이 무지하게 컸어요. 대법관을 초청해주신 적도 있어요. 전해듣기로는 가평부터 교통이 통제됐다고 하더라구요. 교수님이 귀띔도 해주지 않으셨어요. 몇 명 예약 되냐고 물으셨는데 룸은 예약이 다 찬 상태였어요. 도지사가 예약을 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룸 예약이 취소되더라고요. 아마도 대법관의 방문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이 대표는 ‘헤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힘보다는 교수님의 은덕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사업 성공은 그보다도 맛이 우선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일에 있어서 바탕이나 중심이 되는 근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헤븐’은 맛과 실력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생각이 남달랐던 누나와 매형은 유명 호텔 셰프를 직접 고용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셨어요. 호텔에 입사해 요리를 배울 수도 있었지만 깊이있게 배우려면 1대 1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셨나봐요. 그렇게 요리의 기본부터 배워나갔죠.”

■맛있는 음식, 요리사 정성과 좋은 재료 동반돼야

이 대표는 단 한 번도 양심에 어긋나는 음식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방에는 그 흔한 맛소금과 전자렌지가 없다. 가령 돈가스를 만들 때에도 밑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맛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요리를 배울 때 그렇게 배웠어요. 음식에 있어서는 잔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솔직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장사하면 남는 게 뭐냐고 묻지만 저도 장사꾼이니 남긴 하죠. 다만 제가 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저렴한 재료를 써서 돈 벌려면 얼마든지 벌 수 있죠. 그런데 음식은요, 요리사의 정성과 좋은 재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해요.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요리사가 흔치 않다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해요.”

 

촉촉한 빵과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맛이 일품인 빠네 (사진=MS투데이 DB)
촉촉한 빵과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맛이 일품인 빠네 (사진=MS투데이 DB)

레스토랑 오픈 3시간 전에는 미리 나와 재료를 손질하고 스프를 끓인다는 그는 요리사가 피곤할수록 음식은 맛있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피곤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요리를 하지 않는다. 마음이 동하고 몸이 편해야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피로에 지쳐 음식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인생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관계’

‘헤븐’을 찾는 손님 중 90%는 단골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에 만족한 이들의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다. 단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는 맛도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하고 있는 직원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늘 진심으로 대한 덕분에 따르는 직원이 많다. 이 대표와 함께한 직원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곳에서 일하는 셰프가 여럿이다. 아르바이트 출신 중에는 유독 공무원이 된 이들이 많다.

“제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인간관계예요.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대하듯 해요. 못하면 눈물 쏙 뺄 정도로 혼내고 잘하면 칭찬해주고 월급은 항상 더 많이 주려고 해요. 저는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잘 되는 게 정말 좋아요. 오너들의 마음가짐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헤븐(HEAVEN)’ 내부 (사진=MS투데이 DB)
‘헤븐(HEAVEN)’ 내부 (사진=MS투데이 DB)

■“구봉산 시절, 내 시간 없어 벗어나고 싶었다”

1700평에 달했던 구봉산 시절의 ‘헤븐’은 직원이 35명까지 늘었던 적이 있다. 현재는 아담한 매장에서 1명의 직원과 함께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얼굴을 잘 비추지 않았던 탓에 시민들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이와 관련한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사실 현재의 제 상황을 고소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춘천시민들에게 저는 ‘싸가지’로 통하는 것 같더라고요. 구봉산에 있을 때에는 고위공직자 손님을 상대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일반 손님을 접할 만한 시간이 없었죠. 시민들은 저를 보며 돈을 벌어서 거만해졌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침에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그분들의 스케줄에 맞춰 사느라 제 시간이 없었어요. 친구도 못 만났을 정도니까요. 시민들을 무시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제가 뭐라고 시민들을 무시하겠어요. 타인의 스케줄에 꽉 맞춘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돈을 벌어서 거만해진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지난해 스카웃 제의가 여러 번 들어왔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밝히며 1~2년 전부터는 지역 후배들을 위해 조금은 가르쳐주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보다는 규모를 넓혀 레스토랑을 꾸려가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진심을 갖고 과장되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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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2021-04-18 10:23:45
음식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시고 손님에 대한 예의를 굉장히 강조하시던게 기억나네요. 단골손님들이 와서 자리가 길어지면 메뉴판에 없는 요리를 직접 주방에서 웍질을 하며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못 본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불과 며칠전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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