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지방간 가볍게 여기다간 큰 코 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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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사용설명서] 지방간 가볍게 여기다간 큰 코 다칩니다
  •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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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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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애주가가 가장 신세를 많이 지는 장기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간’입니다. 만일 간에서 알코올이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되지 않으면 술 몇 잔으로도 치명상을 입고 사망할 수 있거든요.

간은 국가 기간산업을 떠받들고 있는 중화학공업단지에 비유됩니다. 하는 일만해도 소화액(담즙)을 생산하고 영양소를 대사 또는 저장·방출하는 기능, 그리고 독성물질을 분해해 안전하게 바꿔주는 기능까지 다양합니다. 그야말로 ‘장기의 제왕’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조물주가 갈비뼈라는 단단한 요새에 간을 보호한 것만 봐도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일은 대한간암학회 정한 ‘간암(肝癌)의 날’입니다. 이날 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더군요.  

국내에서 매년 간암으로 생명을 잃는 환자는 대략 1만여명에 이릅니다. 암 발생 순위로 보면 6위에 랭크되지만 사망자 수로는 2위, 생존율은 췌장암·폐암에 이어 3위입니다. 예후가 나빠 생존율이 4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간암은 간에 생긴 염증에서 시작됩니다. 염증이 반복해서 생겼다 아물었다를 반복하다보면 다음단계로 조직이 딱딱해지는 경화현상이 나타납니다. 피부의 상처가 아물면서 흉터가 생기듯 매끄러워야 할 간의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면서 흉하게 변합니다. 암세포는 이처럼 변성된 간조직에서 마치 독버섯처럼 피어납니다. 그렇다면 염증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이러스일 수 있고 술이나 지방간, 약물 등 다양합니다.

간암학회에 따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질환은 B형간염으로 61.1%나 됩니다. 다음은 알코올 간염이 12.5%, C형 간염 10.6%, 기타 원인 8.4% 순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타 원인’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가장 비중이 높은 B·C형 간염이 크게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의 등장이 그 이유입니다. B형 간염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 감염기회가 차단되는데다 바이러스 활성을 억제하는 좋은 약들이 나오면서 암으로 진행되는 환자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C형 환자들 역시 치료제 개발로 완치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요.

그럼에도 암환자 발생 건수가 줄지 않는 것은 바로 ‘기타 원인’에 그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번에 간암학회가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볼까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이 최근 급증해 만성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50세 이상 당뇨 혹은 비만환자 중 60%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섬유화된 비알코올 지방간염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바로 ‘기타 원인’에 속하는 질환입니다. 그러면 왜 정확하게 지방간이라는 표현을 피했을까요. 이는 지방간의 경우 간경변으로 진행되고 간암에 이르러 사망할 단계에 이르면 간에 침착된 지방이 사라져 원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앞으로는 지방간에 의한 간염이 바이러스성 간염의 자리를 메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자 경고입니다. 문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딱히 치료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회도 이들 환자의 25%가 간경변증으로 또 이중 10~25%가 간암으로 진행된다고 예측하면서도 아직 유효한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럼 지방간을 좀 더 들여다볼까요. 우선 지방간 환자는 인구의 30%일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심지어 ‘좀 뚱뚱하다’ 싶으면 지방간이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조차도 “다이어트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라고 충고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 그 말이 정답이기도 해요. 간은 활동하고 남은 칼로리를 간에 중성지방으로 저장하지요. 이런 이런 지방은 별 문제가 안돼요.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지방간 환자가 문제일까요. 지방간이 있으면서 염증 소인이 있는 사람, 즉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들이 요주의 인물입니다.

따라서 만일 자신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판단되면 간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만성간염도 없고 술이나 약 복용 경력도 없는데 간수치가 월등히 높다면 비알코올성 간염을 의심할 수 있어서입니다.

또 하나는 생활습관을 바꿔줘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꾸준한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통해 체중관리를 하는 것만이 정답입니다. 또 만성질환이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조깅 등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체중관리를 하면 간암 발생이 44~46% 준다고 합니다. 또 체질량지수(BMI)가 5㎏/m2 감소할 때마다 간암 발생이 30%씩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해요. 

건강은 평범한 데 그 해답이 있습니다. 나의 건강을 챙겨주는 사람은 명의가 아닌 ‘자기 자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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