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뇌 속에 시한폭탄, ‘나는 아니겠지’ 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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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뇌 속에 시한폭탄, ‘나는 아니겠지’ 방심은 금물

    • 입력 2021.01.23 00:00
    • 수정 2021.01.24 00:09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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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뇌 속에 시한폭탄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오싹할 겁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장이라도 병원에 달려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시한폭탄이 누구에게 장착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지나쳐 버립니다. 

    100명 중 2~3명이 있다는 뇌동맥류 이야기입니다. 이 정도라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학계에선 국내에 얼추 100만명의 뇌동맥류 환자가 있고 이중 10만명 정도가 매년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환자는 겨울에 몰립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의 기복이 심한 1~2월이 정점입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에 생긴 병적인 ‘혈관주머니’를 뜻합니다. 혈관주머니가 터지는 것은 풍선의 원리와 같습니다. 혈관의 일부가 부풀면서 얇아지고 결국 혈압을 견디지 못해 약한 부위부터 찢어지면서 혈액이 분출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응급상황이겠어요.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그 자리에서 약 15~30%의 생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또 나머지의 절반이 평생 신체적인 후유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뇌출혈이 시작되면 골든타임이 따로 없습니다. 생명을 구하려면 촌각을 다퉈서라도 응급실로 달려가야 합니다.

    평소 우리의 뇌는 단단한 뼈, 즉 두개골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습니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뇌출혈 시에는 거꾸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요. 혈액이 분출돼 뇌압이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두개골이 압력솥처럼 막고 있으니 뇌세포가 시시각각 괴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혈관에는 신경이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부 운 좋은 사람들에선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 경고증상이 나타납니다. 부풀어 오른 혈관벽의 미세한 구멍으로 혈액이 새어나오면서 증상을 유발합니다. 예컨대 두통이나 안통 또는 복시처럼 시야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또 하품을 한다거나 구역을 느끼고 균형감각을 잃어 비틀거리기도 합니다. 

    이때 혈관의 작은 구멍이 확대되지 않고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증상이 멎어 병원 가는 걸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런 분이 계시다면 생명을 구할 천운을 걷어차는 셈이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뇌동맥류는 불행하게도 마치 화산의 분화구처럼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됩니다. 가장 큰 증상은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두통입니다. ‘생애 처음 겪는 두통’이라고 표현할 정도이지요. 환자는 눈에 보이는 시야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의식을 잃습니다.
     
    뇌동맥류라는 시한폭탄에서 안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말할 것 없이 이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인 민병헌 선수가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겁니다. 그는 몇 년 전 정기검진에서 뇌혈관의 이상 징후를 발견해 매년 관찰해 왔습니다. 그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받아들인 거겠죠.

    요즘엔 의료기술 발전 덕에 수술은 안전하고 간편해졌습니다. 방법은 혈관내 수술과 두개골을 열고 들어가는 절개술로 나눠집니다. 전자는 사타구니 또는 손목혈관으로 카데터(도관)을 넣어 뇌에 도달시킨 뒤 코일로 혈관주머니를 막는 시술입니다. 이렇게 하면 혈액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이상 혈관이 부풀지 않아 파열을 막게 됩니다.

    이 같은 혈관내 수술은 안전하고 간편한 치료법이지만 혈관주머니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뇌를 열어 해당 부위의 혈관을 찝어주는 결찰술을 시행합니다.

    뇌동맥류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뇌동맥류 고위험군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가족력을 보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뇌출혈로 사망 또는 후유증에 시달리셨는지 확인해보라는 것입니다. 동맥류 형성에 가족력이 일부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민병헌 선수의 경우에도 아버님이 뇌출혈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해요. 흡연이나 폭음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뇌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해당 부위가 약해지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곳에 작은 동맥류가 형성돼 혈액이 와류를 일으키면서 크기를 키우는 것이지요. 동맥류는 1~2㎜에서부터 때론 25㎜ 이상 되는 거대동맥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10㎜ 이내지만 의사들은 크기보다 위치나 모양을 보고 위험성을 판단해 사전 수술여부를 결정합니다.

    혈관 내부에 죽종이 쌓인 고지혈증 환자도 위험해요. 죽종은 콜레스테롤과 각종 노폐물이 혈관 안에 쌓인 것으로 이렇게 되면 혈관이 찢어지거나 고압력으로 터질 수 있답니다.

    이밖에도 여성호르몬, 외상, 코카인과 같은 마약류 등도 뇌동맥류를 야기하는 원인입니다. 고위험군에 속하신 분이라면 30~40대라도 CT나 MRI같은 뇌영상촬영 진단을 권합니다. 매년 뇌동맥류 환자가 10%씩 증가하고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밖에도 다른 부위, 즉 팔・다리나 경동맥 등에 동맥류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동맥류 발생률이 약 20배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연찮게 다른 부위에서 동맥류를 발견한 분들도 반드시 뇌동맥류를 체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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