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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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글쓰기

    • 입력 2020.12.03 00:00
    • 수정 2020.12.08 09:07
    • 기자명 장승진 시인·춘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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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진 시인·춘천문인협회 회장
    장승진 시인·춘천문인협회 회장

    겨울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확산에 전 세계가 비상입니다. 확진자가 급증해 공포감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비대면(非對面)과 거리두기가 강조되며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유행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연결되고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시대가 가능해진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혁명의 속도는 무섭게 빨라질 것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커피를 타는 로봇 바리스타와 요리사가 나오더니 환자를 진료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과 변호사 로스까지 현장에서 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직업이 빨리 없어지고 살아남게 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연예인, 작가,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상상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예술 활동을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따라오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글쓰기 영역만 놓고 보더라도 스포츠 뉴스나 증권시황을 전하는 기사는 이미 인공지능 기자로 대체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소설이 권위 있는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상(星新一賞)의 1차 예심을 통과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문학을 포함한 예술도 변화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이 사람이 쓴 걸까 로봇이 쓴 걸까, 한 사람이 쓴 걸까 여러 사람이 함께 쓴 걸까를 구별해야 하는 시대엔 우리가 알고 있는 문학의 정의가 달리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대에는 오히려 매체라는 형상(Forme)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퇴색되고 개체화되는 과정에서의 정보(Information)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예컨대 시, 소설, 희곡, 수필 등으로 갈라놓은 것들을 문학이라 칭하는 시대가 가고 그 경계가 허물어지며 오히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말로 통칭되기도 합니다. 즉 스토리텔링을 모든 서사 형식의 원형적인 재료로 생각하여 정하는 것입니다. 누가 어떤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방법론과 문학의 영토를 찾아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여러 방면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독창성의 개념 또한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란 틀이 깨질 필요가 있으리라 봅니다. 요즘 새로 시도되는 여러 작가의 협업에 의한 드라마 대본이 바로 그것입니다. 협업 창작, 혹은 콜라보 글쓰기라 명명할 수 있겠지요. 한 가지 글감이나 주제로 서로 다른 글을 쓰고 이를 통합해 하나로 완성해 가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새로운 생태계의 구축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과 타 예술 장르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글쓰기(Hybrid Writing)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해 전부터 시작된 디카시(디지털 카메라사진+시)가 있고 이미 많은 동호인을 거느리고 있는 음악과 시와 영상이 결합한 시낭송에서 보듯 음악, 미술, 사진, 서예 등 타 장르와 결합된 형태의 글쓰기도 시도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소설쓰기와 읽기 영역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근간으로 하는 웹소설로 변화했고 웹소설 영역에서는 기존의 장르문학이라 일컬어졌던 정보들이 더 이상 하나의 이야기 단위로 존재하지 않고 분화되고 분류돼 데이터베이스(Data Base)로 소비됩니다.

    웹툰과 웹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의 변화, 이야기 구조의 변화, 그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의 변화를 지나 문자형태의 변화와 조어의 생성은 이전의 은어와는 또 다른 확장성을 가지면서 파생됩니다.

    최근에 일어나는 급식체(급식을 먹는 나이대인 초중고생 사이에서 유행되는 은어로 ‘개이득’, ‘갑분싸’ 등이 있음) 혹은 급여체(봉급을 받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디벨롭하다’ 등)와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밈으로 '댕댕이(멍멍이)', '띵작(명작)'등이 있음)의 현상들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속도를 보면 이미 이러한 변화들이 소수의 마니아 집단에서만 발생하다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강원국 작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말하기와 쓰기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잘 쓰기 위한 테크닉 보다는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콘텐츠)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기초체력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이 이야기됩니다. 지속적 혁신은 단순히 최첨단 기술만의 지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인문학적 토대로 실현돼야 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회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문화콘텐츠(OSMU-One Source Multi Use)의 중심에는 문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는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인공지능에 내어주고 무력하게 주변인으로 전락해 처량해진 인간이 아니라 활발하게 문학작품을 생산하고 문학으로 위로 받는 주인공이자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 미래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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