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읽기] 선진화된 나라의 고달픈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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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읽기] 선진화된 나라의 고달픈 국민
  •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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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 언론인
차기태 언론인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선진국들의 모임인 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한 데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 정상회의에 또다시 참석해달라고 권유했다. 올해 회의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내년 회의도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2년 연속 선진국모임에 초청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무적이다.

한국이 G7회의에 연속 초청받은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선방한 덕택이라 할 수 있다. 한국도 요즘 날마다 확진 판정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자고 일어나면 수만 명씩 환자가 생기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방역성과는 경제성적표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세계 주요국가의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을 보면 중국만 3.2%의 성장을 달성했다.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9.1%) 일본(-9.0%)을 비롯해 하나같이 마이너스를 면하지 못했다. G7 국가들 가운데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국도 마이너스 2.8%를 보였지만 G7 국가들에 비하면 건실한 편이었다. 방역과 경제성적만을 두고 보면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국의 전체 경제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이 G7 선진국들을 상당히 따라붙은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안에 G7국가 가운데 1~2개 나라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도 비교적 좋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평가한 한국의 신용등급은 ‘AA-’이다. 위로부터 4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내년에 G7회의를 개최하는 영국과 같다. G7국가인 일본과 이탈리아보다 높다. 무디스와 스탠다드푸어스의 평가등급에서도 대동소이하다. 

한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이룩한 경제성장 속도는 더욱 눈부시다. 이를테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지난 2018년 작성한 세계 제조업 산출액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G7국가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보다 높다. 한국은 1970~80년대 세계 17위였다가 12단계나 뛰어올랐다. 이처럼 크게 도약한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일부 경제지표만 보면 한국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실을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피치의 국제신용등급표에서 한국과 같은 AA- 등급 이상 24개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대만 뿐이다.
 
숫자상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구유통으로 명성이 높은 이케아의 한국법인에서는 최근 심각한 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한국 이케아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외국 이케아 노동자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뉴스1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케아 한국법인의 근무조건이 외국법인보다 나쁘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외국법인과 달리 한국법인 노동자들은 주말수당과 특별수당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의 이케아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를 한국의 이케아 노동자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면 이케아가 한국 노동자들을 그렇게 대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국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편이고 노후의 삶은 힘겹다. 2017년 통계청이 내놓은 고령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중위소득 50% 이하의 노인이 43.7%를 차지한다. 절반 가까운 노인이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10% 수준인 유럽 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가운데 부동의 1위이다. 

요컨대 한국이라는 국가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한국인 삶의 질은 여전히 낮고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이제 한국은 그 문턱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야 한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런 ‘가능태’가 ‘현실태’로 성취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외형적인 성장 못지 않게 삶의 질을 개선하는 내실있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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