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쓰는 산문] 왕모래와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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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산문] 왕모래와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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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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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시인·수필가
이향아 시인·수필가

 

황순원의 단편소설 「왕모래」의 주인공인 소년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 사금판에서 버럭짐을 나르면서 그날그날의 생계를 유지해갔던 소년의 아버지, 그는 금가루가 많이 들어 있다는 사금판의 왕모래를 잡히는 대로 쥐어 먹었다. 그리고 일터에서 돌아온 그의 신발 속에도 왕모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요강에 변을 보았다. 거기 배설된 오물을 씻어내고 가라앉혀서 금을 모으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창자가 파열되어 피똥을 누다가 죽었다. 황금이 결국 젊은 가장을 비명에 죽게 한 것이다. 

황금과 보물을 지향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구별할 수 없고 어른과 아이를 가릴 수 없는 모양이다. 스티븐슨(Robert Luise Stevenson)의 소설「보물섬」도 황금과 보물을 찾아 위험을 불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적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년 모험 소설인 이 작품에 대하여 작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였다.

“어느 날 오후 내 아들 로이드가 그린 섬 지도 한 장을 손에 넣자, 나는 산이며 만에 이름을 써넣었다. 그리고 그 지도를 아름답게 색칠하였다. 거기에는 14행시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항구들이 있었다. 나는 마치 운명이 정해진 것처럼 나도 모르게 이 상상의 지도에 ‘보물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보물섬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장차 등장할 인물들이 뚜렷이 상상의 숲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소년을 위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설가 스트븐슨의 상상적 산물인「보물섬」은 소년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인 동시에 성취해야 할 희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년들은 가슴에 미래의 꿈을 키우듯 보물로 가득한 아름다운 섬을 그리워하면서 목표가 뚜렷한 앞날을 설계해 나갈 수 있었으리라.

금은보화 노다지를 찾아 미지의 땅을 헤매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작품은 매우 많다. 그러나 그들이 어린 소년 층이 아니라 세상 물정에 닳고 닳은 성인들일 때, 문제는 훨씬 심각해지고 위태로워진다. 

보물섬에 나오는 소년들이 신비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모험을 선한 용기와 정의감으로 시도할 때, 성인들은 이기적인 협상과 거래, 대가를 바라는 눈감아주기와 리베이트, 권력층에 줄을 대기만 하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법과 불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980년대 신안 앞바다에서 보물선을 발견했었다. 그것은 14세기 원나라 때의 도자기를 실은 중국의 무역선인데 침몰한 지 700 년만에 발견된 것이었다. 문화재청에서 관리를 해왔으나 도굴꾼들의 야간 도굴을 막을 수는 없었는지 뒤늦게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였고 도굴꾼들은 법대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소년들의 보물섬은 성장 과정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지만, 신안 앞바다 성인들의 보물선은 도박이요 협잡이다. 우리들의 삶에 보물섬과 보물선은 그토록  필요한 것인가? ‘재물은 화근’이라는 말도 있고, ‘돈은 근심’이라는 말도 있다. 과도한 재물을 손에 쥐기 위해 투쟁은 불가피하며 투쟁은 다시 무의미한 살상을 불러오게 된다. 

설령 천신만고, 구사일생의 고난 끝에 보물을 얻었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은 일시일 뿐, 영원히 자기의 소유가 되지는 않는다. 세상에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보물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자기 혼자만 즐기는 보물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물섬이든 보물선이든 결국은 횡재(橫財)를 하자는 것이지만 횡재는 애초부터 순리가 아니다. 갑자기 죽는 것을 횡사(橫死)라 하고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것을 횡행(橫行)이라 한다. 모두 가로 횡(橫)자가 붙는 것으로 보아 올바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하듯이 끼어들어서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뜻인가보다. 갑자기 밀어닥친 불행을 횡액(橫厄이라 하고 앞으로 전진하지 않는 옆걸음을 횡보(橫步)라고 한다.

횡재란 뜻밖에 얻은 재물이라는 뜻이니, 이는 불합리한 재물, 순리가 아닌 재물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횡재처럼 무서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공짜처럼 비싼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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