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협박에.." 손님이 두려운 춘천 택시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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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행에 협박에.." 손님이 두려운 춘천 택시기사들

    • 입력 2020.06.20 06:55
    • 수정 2020.06.21 06:46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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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지역 택시 종사자 300여 명은 19일 오전 춘천시 운수종사자 휴게시설 앞에서 최근 춘천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진=윤왕근 기자)
    춘천지역 택시 종사자 300여 명은 19일 오전 춘천시 운수종사자 휴게시설 앞에서 최근 춘천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진=윤왕근 기자)

    최근 춘천에서 만취 승객이 70대 고령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택시기사 등 운수종사자들의 고충이 재조명되고 있다.

    19일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춘천시지부에서 만난 신동철(47)씨는 해당 사건이 언론보도로 크게 회자됐지만 사실 기사들에게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이전에 회사택시를 운행했을 때 이번처럼 70대 기사가 승객에게 폭행당해 안면이 함몰되는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 사고를 당한 형님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결국 운전대를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술에 취했거나 인상을 쓰고 택시에 타는 손님만 봐도 자동적으로 경계하게 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 김모(45)씨도 "예전 한 승객이 ‘학교(교도소)에 다녀왔다’면서 택시비를 내지 않고 내린 경우도 있었다"며 "택시비를 요구할 경우 실랑이가 발생할 것 같아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남일 같지 않다는 김씨는 "택시 기사들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저녁 시간대 3~4명이 무리지어 있는 주취자를 보면 움찔하게 된다"며 “밤에 일하는 것이 무섭지만 택시기사들은 밤에 일해야 매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저녁 운행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30대 만취자가 70대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하기 전 차량 보닛을 내리치는 모습. (사진=피해자 블랙박스 영상 캡쳐)
    지난 7일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30대 만취자가 70대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하기 전 차량 보닛을 내리치는 모습. (사진=피해자 블랙박스 영상 캡쳐)

    택시기사들이 주로 격는 고충은 요금으로 인한 시비다. 박모(50) 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취소된 카드를 내밀거나 추후 입금을 해준다고 달아나는 승객은 택시를 10년 몰면서 너무 많이 봐서 더이상 새롭지도 않다"며 "특히 이러한 경우 택시비를 돌려받기란 쉽지 않다. 1만원 남짓한 금액 때문에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처리하면 1시간은 훌쩍 지나버려 하루 영업에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52)씨는 "수년 전 손님과 기사 사이에 보호막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됐지만 정착되지 못했다"며 "운수종사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위급상황일 경우 밖으로 알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춘천 개인택시들이 최근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리과정을 보고 거리로 나왔다. 춘천 개인·법인택시 기사 및 업계종사자 300여 명은 19일 춘천역 인근 운수종사자 휴게시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70대 택시기사 폭행 및 차량 탈취 사건을 법률의 잣대로 공정하게 심판하라"고 촉구했다.

    70대 택시기사를 폭행한 피의자 A(30)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 불구속 수사를 진행해 검찰에 송치하자 기사들이 구속 수사와 엄법을 촉구하고 나선 것.

    춘천지역 택시 종사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노령의 기사를 음주 상태의 성인이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차량 대파 수준의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춘천시지부는 19일 춘천지검에 지난 7일 발생한 70대 택시기사 폭행사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윤왕근 기자)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춘천시지부는 19일 춘천지검에 지난 7일 발생한 70대 택시기사 폭행사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윤왕근 기자)

    박상원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춘천시지부장은 "택시 종사자들이 사회에 처한 상황과 만연한 편견을 인식했다면 이 같은 결론이 날 수 없다"며 "이는 폭력과 차량 탈취를 사실상 허용하는 수준의 유권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2015년 이후 관련법이 개정돼 대중이 이용하는 운수종사자 폭행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며 "그러나 적용은 아직 미미한 상태로, 사법기관이 확실하게 해당법을 적용·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운수종사자 약 40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춘천지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com[석민정 기자 suk3845@m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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