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 노인 일자리만 늘었다”⋯강원 고용의 질 전국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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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시간 노인 일자리만 늘었다”⋯강원 고용의 질 전국 꼴찌

    강원 고용의 질 지수, 전국 최하위
    양적 성장에도 일자리 질은 제자리
    낮은 산업 경쟁력과 숙련도가 원인
    공공 노인 일자리에 민간 고용 위축

    • 입력 2024.04.17 00:06
    • 수정 2024.04.19 00:1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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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지역 고용의 질이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령층의 공공일자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민간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발표한 ‘강원지역 고용의 질 평가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지역 고용의 질 지수는 75.2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98.5, 도 단위 지역은 96.8로 차이가 컸다. 이 조사는 근로시간과 종사상 지위, 숙련도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보고서를 보면 강원 고용률은 지난해 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63.3%까지 상승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다만,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상승하고, 불안한 일자리를 가진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의 54%를 차지하는 등 고용의 질은 좋지 않았다.

    한은은 고용의 질이 낮은 배경으로 열악한 산업구조와 영세한 기업 규모, 근로자의 낮은 숙련도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좋은 제조업이나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일자리 비중은 낮고, 질이 나쁜 보건‧사회복지‧숙박‧음식점업 등으로 이뤄진 산업 구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근로자 30인 미만 직장에 다니는 취업자 비중은 75%로 전국 평균(66%)을 웃돌았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규모가 큰 직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숙련도 향상 노력에 소극적인 근로자가 많은 점도 고용의 질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다.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노인 일자리의 질’이다. 전체 고용의 질 지수는 2019년보다 8.0% 하락했는데 이 중 30~59세는 3.2% 상승한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11.9%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떨어뜨렸다. 고령층 일자리의 대부분은 민간이 아닌, 초단시간 일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저소득층 소득 보조를 위한 목적으로,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 월 30시간을 활동하고 27만원을 받는 구조다. 사실상 취업, 일자리, 고용의 의미보다는 ‘복지’ 성격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런 일자리가 2019년~2023년 사이 강원지역에서 1만1000개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1개 증가할 때 민간 종사자가 0.4명 감소하는 고용시장에서, 이미 비중이 높은 노인 일자리 의존도가 심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민간일자리가 밀려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위축된 자영업계도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숙박‧음식점 업종에서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초단시간 고용이 대부분이라서다. 실제 숙박‧음식점 업종에서는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는 9000명 감소하고, 초단시간 근로자는 3000명 증가했다.

    정희완 한국은행 강원본부 과장은 “직업 경험이 풍부한 건강한 신노년 세대를 중심으로 정년 이후 계속 고용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 사업은 민간을 중심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며 “자연환경과 수도권 접근성, 보건의료 데이터 글로벌혁신특구 등 강원지역의 장점을 살려 대규모‧고품질 요양 복지시설 단지를 구축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소득 고령층의 역내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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