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ITX와 차이 없다?⋯‘춘천발 GTX’, 정말 호재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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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ITX와 차이 없다?⋯‘춘천발 GTX’, 정말 호재 맞나

    [GTX의 이면] 상. 축배는 이르다
    춘천 연장 4000억 사업비 난관 예상
    재정 투입 놓고 정부와 시도 입장차
    “수익성 없다” 민간 투자 가능성 희박
    ITX 대비 시간 단축 효과에도 의문

    • 입력 2024.03.14 00:09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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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인천 송도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착공 기념식을 개최했다. 춘천시내 곳곳에는 GTX-B의 춘천 연장을 자축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선거철이 맞물려 GTX-B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공약이 넘쳐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춘천을 찾아 GTX-B 연장을 다시 약속하며 ″수도권 강원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민 사이에서 GTX-B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올라와 있다. 정부와 춘천시는 GTX가 춘천에 실제 정차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통과해야 할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 4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누가 부담할지, 기대한 만큼의 경제성은 있을지, 실제 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GTX-B 춘천 연장안의 이면을 추적한다. <편집자 주>

    GTX-B는 인천대 입구에서 서울 중심을 통과해 남양주 마석을 지나 춘천까지 전 구간이 2030년 동시 개통 예정이다. 5년간 사업비 6조8000억원은 재정 2조5000억원, 민자 4조3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인천~마석 구간 82.8㎞ 가운데 19.95㎞(서울 용산~상봉)는 국비가 투입되는 재정 구간으로, 나머지 약 63㎞를 민간 투자 구간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춘천이 포함된 마석~춘천 구간은 투자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GTX-B 춘천 연장 구간 사업비 4238억원 확보는 ‘춘천발 GTX’의 최대 걸림돌이다. 정부가 발표한 장밋빛 청사진이나 춘천 지역 정치인들이 내놓는 희망찬 구호들이 실현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기존 경춘선 구간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사업방식과 투자자만 정해지면 공사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란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GTX-B 춘천 연장안이 확정된 가운데 사업비 확보 방안과 경제성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GTX-B 춘천 연장안이 확정된 가운데 사업비 확보 방안과 경제성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4238억원’ 천문학적 사업비, 누가 부담하나

    정부와 춘천시는 내년 발표가 예상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GTX-B 춘천 연장 구간을 포함할 지를 놓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법률에 따라 5~10년 주기로 발표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여기에 포함되면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게 된다. GTX-B 춘천 노선 사업비 4238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투입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GTX-B 춘천 노선 연장을 기간 내 마무리하려면 지자체(강원특별자치도와 춘천시)가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춘천 연장안 발표 당시 이미 “노선 연장은 먼저 지자체 비용 부담 방식 협의 후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진행한다”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국가철도망계획 논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정부 행정 절차가 추가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춘천시는 예산 70%를 국비로 지원받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강원특별자치도와 시가 나머지 30%를 절반씩 감당해 사업비 부담이 630억여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시가 정부 재정 투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춘천시 예산 규모에 비해 부담이 워낙 커서다. 사업비 4238억원은 도로, 철도 등 전반적인 춘천시 도시 계획을 담당하는 시 도시건설국 3년 예산과 맞먹는 수준(올해 기준 당초예산 1516억원)이다. 시 관계자는 “오는 5월 국토부에 국가철도망계획 포함을 정식 건의할 예정으로 현재 관련 서류 준비 중”이라며 “국토부 담당자와 논의해 본 결과 국비 반영은 확실하며 기간이 지체돼도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간 투자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춘천을 오가는 거리가 멀고 수요가 특정 시간에만 몰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처음 추진된 GTX-B(인천 송도~서울 청량리) 노선은 이동 수요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노선은 수도권에 비해 길고 교통량이 많지 않아 민간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춘선, ITX 등 기존 통근 교통망으로 수요가 분산되면 경제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1일 오전 춘천역. 국토교통부는 GTX-B 춘천 연장에 경춘선 노선을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11일 오전 춘천역. 국토교통부는 GTX-B 춘천 연장에 경춘선 노선을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소요시간·정차역 ITX와 다를 게 없다?

    GTX-B 춘천 연장이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선과 속도가 현재 경춘선을 오가는 ‘ITX-청춘’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정부는 GTX-B를 통해 춘천역에서 서울역 55분, 용산역은 63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1시간 이내로 해당 구간을 주파하는 최초의 노선이다. ITX의 경우 용산까지 73~78분 정도가 걸려 GTX를 통한 단축 시간은 10~15분 정도다. 기대보다 시간 단축이 크지 않고, 지하철 형식의 좌석 역시 장거리를 오가는 탑승자들에겐 부담이다. 

    더욱이 춘천 내 정차역이 늘어날 경우 GTX의 시간 단축 효과는 더 희미해질 수 있다. 춘천역과 남춘천역 인근 주민들은 벌써부터 자신들과 근접한 지역에 GTX가 정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춘천역은 역세권 개발과 차량기지 등을, 남춘천역은 경춘선 2위 규모의 많은 이용객 수요가 특징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춘천 후보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역을 새로 짓고 GTX와 연계하겠다고 나서며 퇴계역, 북춘천역 등까지 언급한다.

     

    GTX-ITX 소요 시간(춘천역~용산역)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GTX-ITX 소요 시간(춘천역~용산역) 비교. (그래픽=박지영 기자)

    전문가들은 이렇게 역 1~2개만 노선에 추가되더라도 GTX의 시간 절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경춘선 춘천역과 남춘천역의 거리는 2.7㎞로 경춘선 25개역 가운데 역 사이 거리가 9번째로 짧다. 서울 구간을 제외하면 3번째다. 국토부가 발표한 GTX-B의 평균 시속은 100㎞로 최대 시속 18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차 간격이 짧을수록 일반 지하철과 다를 게 없어진다. 김진유 교수는 “정차와 탑승 대기시간뿐만 아니라 GTX가 역에 멈추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차역이 늘수록 원래 속도를 내지 못해 도입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GTX 자체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장기적 도시 계획이 아닌 대중 친화적 정책으로 소모돼 당초 목적에서 어긋난 상태”라며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을 따라갈 게 아니라 철도 연장에 대한 장기적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하편 예고 : MS투데이는 GTX-B 춘천 연장으로 인한 지역 발전 저해 우려에 대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chmj0317@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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