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확대 시행된 지 한 달째, 이 기간 신규 적용된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처벌 위기에 놓인 사업주도 늘었다. 지역 중소기업·건설업계에는 2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추가 유예를 촉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중처법이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된 후 5~49인 사업장에서 1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강원지역에서는 지난달 31일 40대 근로자가 평창 태양광 건설공사 현장에서 추락하면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중처법 위반으로 입건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중처법은 일터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다. 앞서 2022년 1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우선 시행됐고, 2년 유예를 거친 지난달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그간 중소기업계와 건설업계 등은 현장의 혼란과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법 시행 직전까지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적용을 받게 됐다.
이상수 대한전문건설협회 강원특별자치도회 사무처장은 “업체에 찾아가서 중처법을 교육하는 등 신경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주요 요건을 감당할 수 없는 곳이 많다”며 “규모가 50인 이상인 업체들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곳도 있는데, 소규모 업체 상황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춘천에서 광고물 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5~6명 정도가 일하는데, 기업에 맞는 컨설팅 교육을 해준다고는 들었다”며 “원래 하던 대로 안전 교육은 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잘 몰라 직원들에게 조심하자고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29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유예안 통과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영호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장은 “중기회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등 유예를 촉구하면서 헌법소원도 검토하고 있다”며 “만들어진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미처 준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시행으로 이뤄지는 악영향을 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