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석사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27)씨는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오는 4월부터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의 포장 주문 시 이용요금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수료 부담이 큰데 포장 주문에도 추가로 수수료가 붙을 경우 매출에도 영향이 미칠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씨는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가게의 경우 플랫폼에서 나오는 매출이 80~90%에 육박하다보니 이도저도 못하고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이 내달 31일에 종료를 앞두면서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서비스 유지를 위해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포장 주문도 배달플랫폼을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배민과 쿠팡은 각각 2020년 8월과 2021년 10월에 포장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를 위해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요기요는 자영업자에게 포장 중개 수수료를 구매 금액의 12.5%를 부과하고 있다. 배달료가 없어 소비자는 음식값만 지불하면 된다.
배민과 쿠팡도 배달료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포장 수수료도 프로모션(한집배달·광고 비중 등)에 따라 대략 10% 전후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자영업자들은 음식 가격 인상 등을 고심하고 있다. 이씨는 “플랫폼 프로모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배달 수수료는 월 매출의 10~15% 정도를 차지한다”며 “여기에 포장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져 음식값을 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그동안은 요기요만 포장 수수료를 받아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포장은 전화 주문만 받아야 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포장 수수료가 추가되면 가격 인상 등에 따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심모(35)씨는 “가뜩이나 배달비가 비싸져서 가까우면 되도록 포장 주문을 이용하려 하는데 포장 수수료까지 붙으면 시켜 먹지 말라는 거냐”며 “직접 가게에 전화해서 주문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에선 정부가 물가안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펼치긴 쉽지 않을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배민과 쿠팡 관계자는 “아직 프로모션 연장 등 따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업계도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000억원으로 2022년보다 0.6% 줄어들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