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에요”
춘천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최근 한림대 근처 교동의 원룸촌으로 자취방을 옮겼다. 입학 후 2년 동안 기숙사 생활만 하다 지난달 처음으로 원룸을 계약했다. 그런데 개강을 앞두고 이삿짐을 나르던 A씨는 1층 현관 공동 출입문에 버젓이 적힌 비밀번호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A씨는 “혹시나 비밀번호인가 하고 번호대로 눌러 보니 문이 열리더라”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12일 오후 원룸 건물이 밀집한 춘천 교동 일대 다세대주택을 살펴본 결과 20곳 중 단 3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층 현관에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숫자는 보통 4자리로 공동현관 비밀번호 패드 위나 우편함 등 쉽게 눈에 띄는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실제 적힌 번호를 눌러보니 바로 현관문이 열렸다.
심지어 번호가 작게 적힌 경우는 위에 더 큰 글씨로 다시 써놓기도 했다. 대부분 번호판 위에 적혀 있었는데 글씨랑 번호판 색이 같은 경우는 잘 보이도록 흰 종이 스티커 위에 내놓고 적어놓거나, 모서리 실리콘에 써놨다. 1층 현관문 바로 옆에 놓인 우편함은 거주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도 노출돼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비밀번호는 대부분 배달 기사들이 쉽게 드나들기 위해 편의상 집주인이나 기사가 직접 써놓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집주인에게 “1층 비밀번호가 노출돼있다”며 연락했지만, “알고 있다. 부재중일 때 배달 기사가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혼자 사는 A씨는 “CCTV는 없어도 1층 현관 비밀번호가 있어 안심하고 방을 계약했는데, 안전이 걱정돼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원룸 주인들은 비밀번호가 노출되는 데 따른 우려를 인지하면서도 편의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원룸 주인은 “택배가 왔을 때 사람이 없으면, 그걸 들고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데 불편해서 적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룸 임대업자는 “방을 내놓으면 공인중개사에서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문을 열어줄 수가 없으니 문제”라며 “다른 집도 대부분 비밀번호를 적어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비밀번호를 적지 않은 원룸 주인은 “택배기사가 벨 누르고 기다리는 게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다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보안 문제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 귀찮아도 이렇게 하는 게 안전하고, 학생들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관에 비밀번호를 노출시킬 경우 이로 인한 범죄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달 9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는 한 남성이 택배기사들이 적어놓은 현관 비밀번호를 보고 몰래 들어와 혼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노기윤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 의도를 가지고 공동현관에 쓰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경우 예비 범죄 단계로 처벌의 여지가 있다”며 “비밀번호는 세대 간만 공유하고, 외부인에게는 철저히 숨기는 게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주거지역마다 공동 택배집하소가 있다면 사생활및 안전사고에 노출도 적고 무엇보다 택배기사분도 편리할듯보입니다.
수령장소를 공동집하소로 지정하면 편리한 시간에 찾아가면되서 편리해보이네요
원룸 사각지대에 cctv설치필요성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