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죽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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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죽음 앞에서

    • 입력 2024.01.11 00:00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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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최근 겪은 가장 큰 충격은 이선균의 죽음이다. 법적으론 자살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론 타살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의혹에서 시작된 사건은, 정작 그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수많은 잡음만 일으킨 채 소환 조사가 3차까지 이어졌고, 제보자의 증언은 일관성을 잃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제보를 철석같이 믿고 수사에 들어갔던 경찰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급기야 지상파 뉴스에 마약과 무관한 사생활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사를 받던 사람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공권력의 조리돌림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데 단 두 달이 걸린 거다. 새삼 정말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가 이른바 ‘연예인’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지닌 야만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통해 밝히고,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명하면 된다. 윤리적 비난과 계약 관계의 불이익 등은 개인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공권력이 한 개인에 대한 단죄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의 멘탈이 약물이나 유혹에 취약한 상태였다면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웠지만 1년 넘게 그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선균과 G드래곤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껀수’였을 것이고, 여기에 온갖 저널과 유튜버들이 승냥이처럼 달려들었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관점은 이중적이다. 그들을 선망하고 사랑하지만, 부와 명예를 누린다는 사실에 그들에게 어떤 잘못이 있으면 한없이 비난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이른바 ‘공인’이라는 건데,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우리가 공인으로서 엄격히 대해야 할 대상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정치인보다 더 엄격한 윤리성을 강요받고, 잼버리 폐막식의 아이돌처럼 툭하면 국가 행사에 동원되며, 기부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표적이 되어 낙인 찍히면 극악한 악플에 시달리고, 결국 희생자가 된다.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등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에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더 이상 그런 비극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 이미 너무나 많은 ‘그들’을 떠나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선균의 죽음에 책임 있는 ‘공인’들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나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정의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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