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하면 그만?”⋯비상벨 없는 춘천 여성안심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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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칠하면 그만?”⋯비상벨 없는 춘천 여성안심귀갓길

    춘천시 14곳 여성안심귀갓길 중 1곳만 비상벨
    비상벨도 범죄 발생 낮은 곳에 설치⋯실효성 의문
    대부분 노면도색, 바닥 조명 등 시각적 예방법

    • 입력 2024.04.21 00:04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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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오후 10시경 찾은 효자동의 한 여성안심귀갓길에는 바닥에 설치된 led 조명등 외에 별다른 방범 시설을 찾을 수 없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18일 오후 10시경 찾은 효자동의 여성안심귀갓길에는 바닥에 설치된 LED 조명등 외에 별다른 방범 시설이 없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시에 설치된 여성안심귀갓길 대부분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예방을 위해선 폐쇄회로(CCTV)나 비상벨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부분 노면에 안심귀갓길이라는 도색만 하곤 그대로 방치돼 있어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후평동, 효자동, 우두동 등 범죄 발생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14곳에 여성안심귀갓길이 설치돼 있다. 2020년 처음 지정된 이후 지난해 2곳이 추가됐고, 올해도 2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여성안심귀갓길 14곳을 모두 살펴봤더니 비상벨 함이나 CCTV 등의 시설이 부족해 범죄 예방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설을 제대로 갖춘 지자체의 경우 CCTV, 비상벨을 비롯해 로고젝터, LED 조명, 안심반사경까지 모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출동 등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성안심귀갓길 안내판이 쓰레기에 가려져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여성안심귀갓길 안내판이 쓰레기에 가려져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의 경우 전체 여성안심귀갓길 중 비상벨 함이 설치된 곳은 우두동 동부아파트 앞 1곳뿐이었다. 효자동의 여성안심귀갓길에는 약 150m 구간의 바닥에 부착된 쏠라표지병(LED 조명)외에 다른 방범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봇대에 걸린 안내판도 쓰레기봉투 더미에 덮여 알아보기 힘들었다. 강원대학교 학생 등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백령스포츠센터 앞이나 춘천로 255번길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위험을 알릴 수 있는 비상벨이나 CCTV는 없고, 대부분 조명이나 안내판 등 시각적인 예방효과를 내는 시설물인 LED 조명과 길바닥에 여성안심귀갓길로 색칠한 게 전부다. 효자동 앞에서 만난 여성 A씨는 “이곳이 안심귀갓길인지도 몰랐다”며 “바닥에 페인트칠만 한 것만으로 안심하고 귀가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비상벨이 설치된 우두동도 굳이 안심귀갓길로 지정해야 되는 곳인지도 의심이 든다. 최근 1년간 전체 범죄 발생 현황을 밀도로 분석한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지도에 따르면 해당 위치는 강도, 성폭력 등 범죄의 발생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다.

    노기윤 울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학가 원룸촌이 많은 교동 근처는 20~30대 여성이 많이 거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지역들 위주로 비상벨 등 방범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한 개를 설치하더라도 어느 구간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설치된 경우엔 사실상 예방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운영 중인 14곳의 여성안심귀갓길 중 1곳에만 비상벨 함이 설치돼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시가 운영 중인 14곳의 여성안심귀갓길 중 1곳에만 비상벨 함이 설치돼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시 관계자는 “안심귀갓길과 이어지는 다른 도로에 CCTV가 설치돼있는 곳도 있어 예산 문제로 인해 전체 구역에 설치를 하지는 못했다”며 “앞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춘천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2197건이다. 2016부터 2020년까지 강원도내 여성 성범죄 피해자는 3528명으로 추산됐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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