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의정갈등⋯정부는 잃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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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이후 의정갈등⋯정부는 잃을 게 없다

    [칼럼] 김성권 콘텐츠뉴스국 부국장

    • 입력 2024.04.18 00:00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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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용이지 뭐” “총선 때까지 끌고가겠지” “총선 끝나면 합의 보지 않을까요”

    올 초만 해도 의대 증원은 국민들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지방에 의사가 없고,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지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했다.

    처음에는 응원이 대단했다. 2월 6일 정부가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이후 국민 지지율은 76%(한국갤럽 2월 13~15일 조사)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적 요구를 받은 의대 증원 2000명 확정은 평가할 대목”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의정 갈등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분명한 호재로 작용했다.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는 행정적, 사법적인 처분까지 꺼내들면서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런데 갈등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민심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더 오래 끌면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차기 의사협회 회장도 “의협 손에 20~30석은 좌우할 것”이라며 의정갈등을 선거와 연관 지었다. 마음이 급해진 정부는 의사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사전투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박단 대한정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난 것을 두고도 총선을 염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렇게 의정갈등은 총선과 맞물려 흘러갔다.  그래서 국민들은 총선 즈음에는, 또는 총선이 끝나면 해결이 될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총선 후에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에 변함없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의료계도 정부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다.

    선거 결과야 어찌됐든 총선 전과 사정이 달라진 건 분명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총선을 의식한 의사결정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총선이 끝난 지금은 어떻게든 의대 증원에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됐다.

    오히려 의대 증원에 성공한다면 20년동안 풀지 못한 그 어려운 걸 해낸 정부로 남게될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든 말든 총선이 끝난 마당에 정부 입장에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싸움으로 판이 바뀐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난감한 건 의료계다. 정부와의 대치가 오래 갈수록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생각해야 한다. 치료를 못받는 환자, 국민이 피해자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는 쪽은 바로 의사들과 의대생, 더 나아가 의료인 모두가 될 것이다.

    이미 피해를 받는 의료인도 많다. 자의든 타의든 집단사직을 선택한 전공의들 중 일부는 급여가 끊겨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의사로서 취업길이 막히자 택배 물류센터,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실정이다. 의대생들도 원하든, 원치않든 짧지 않은 시간을 버려야 하는 처지다.

    교수들은 어떤가. 학생을 가르칠수도 없고, 전공의들을 대신해 진료 업무를 맡아보느라 업무 과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동료인 간호사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의사들의 직장인 병원은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경영위기에 처했다.

    아직까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쪽은 의사다. 의사단체는 2000명 증원 철회 등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정부는 최근 “2000명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애초 2000명은 논의할 수 없다는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제는 의사단체도 원하는 조건만 고집부릴 게 아니라 대화라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간을 늘리든, 숫자를 줄이든 만남부터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한 쪽은 피해를 입고 있는 의사, 그리고 의사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환자다.

    의정갈등은 어느 한 쪽이 완전하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총선 참패를 부른 이종섭·황상무 논란처럼 정치의 영역과는 다른 문제다. 의정갈등의 결과가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 이 싸움의 승자가 국민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그 어떤 논리보다도 자명하다.

    총선 다음날인 1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총선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다음날인 1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총선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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