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이어온 맛 ‘오수물막국수’⋯막내며느리의 밀키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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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째 이어온 맛 ‘오수물막국수’⋯막내며느리의 밀키트 도전

    [동네 사장님] 18. 오수물막국수
    신북 오수물 마을을 대표하는 백년가게
    4대째 며느리가 이어받아 새로운 도전
    밀키트 개발, 지역 위한 100원 이벤트도

    • 입력 2024.03.31 00:08
    • 수정 2024.04.16 00:0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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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북읍에는 춘천에서 이름난 막국수 집들이 몰려있다. 그중에서도 군부대 맞은 편에 자리 잡은 오수물막국수는 오랜 시간 춘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다. 옻오른 피부를 씻으면 낫는다는 ‘옻 우물’에서 유래한 지명 ‘오수물’을 상호로 쓸 만큼, 이 동네를 대표하는 막국수로 꼽힌다.

    오수물막국수의 역사는 초대 사장인 정기옥(71) 전 대표가 홀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팔던 국수 한 그릇에서 시작됐다. 가족이 살고 있던 초가집에서 간판도 없이 장사하다가, 1993년 정식으로 사업자를 냈다. 현 위치에서 건물을 짓고 영업을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이런 역사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한국의 맛집으로 불리는 ‘백년가게’ 인증도 받았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정하는데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춘천에서도 16곳밖에 없다.

     

    박성미(42) 오수물막국수 대표가 시어머니인 정기옥 전 대표의 사진을 배경으로 백년가게 인증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박성미(42) 오수물막국수 대표가 시어머니인 정기옥 전 대표의 사진을 배경으로 백년가게 인증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오수물막국수는 처음에 시할머니, 시어머니, 며느리가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다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막내 손주며느리가 일을 도우며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4대째인 박성미(42) 대표가 시어머니인 정기옥 전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이끌고 있다. 남편인 박찬민(44) 북춘천새마을금고 상무도 함께한다. 정 전 대표는 가업을 물려준 후에도 보쌈채를 만들거나 김장할 때마다 힘을 보태며 손맛을 전수하고 있다.

    전통 방식을 지켜가면서도, 최근에는 젊은 감각을 살려 밀키트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도 나섰다. 4대 오수물막국수를 이어받은 박성미 대표를 29일 만났다.

    Q. 30년이 넘은 역사를 지켜간다는 게 대단합니다.

    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시어머니 혼자서 시어른들과 아이들을 건사해야 하셨대요. 홀로 벌이를 해야 하니 초가집에서 국수를 팔면서 장사를 시작하신 거죠. 어머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마음은 소녀 같은 분인데, 이 일을 하면서 대장부가 되셨죠. ‘이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며 지난해 가게를 물려주시고, 요즘은 즐겁게 지내고 계십니다.

    가게에 손님이 많다 보니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주말마다 일을 도왔어요. 빨리 일을 끝내야 데이트를 하러 갈 수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어머님이 힘들어하시니까 일손을 거들어드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합류한 지는 벌써 15년이 됐네요.

     

    오수물막국수의 시간을 지켜온 3대 가족. 사진 왼쪽부터 박성미 대표,  정기옥 전 대표, 고 이종희 씨. (사진=오수물막국수)
    오수물막국수의 시간을 지켜온 3대 가족. 사진 왼쪽부터 박성미 대표, 정기옥 전 대표, 고 이종희 씨. (사진=오수물막국수)

     

    Q. 춘천막국수는 집집마다 특징이 다르잖아요. 오수물막국수의 매력은 뭔가요?

    다른 가게보다 좀 더 굵은 면을 사용해요. 메밀이 80%고, 나머지는 밀가루와 전분을 배합해 만들죠. 이렇게 굵은 면을 사용해야, 메밀 향이 더 강하고 구수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막국수와 더불어 ‘보쌈’도 대표 메뉴예요. 무로 직접 만든 보쌈채는 6개월간 숙성해서 맛을 냅니다. 국내산 고춧가루와 조청, 마늘, 생강, 물엿이 듬뿍 들어가죠. ‘촌두부’도 인기있어요. 면수에 조선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나가는데, 어머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메뉴입니다.

     

    오수물막국수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쌈과 막국수, 촌두부 한상차림. (사진=오수물막국수)
    오수물막국수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쌈과 막국수, 촌두부 한상차림. (사진=오수물막국수)

     

    Q. 오수물막국수는 이 마을, 이제 춘천을 대표하는 가게가 된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다들 동네 주민이세요. 10년, 20년씩 손발을 맞춰왔죠. 이웃 농가에선 팔리지 않은 무와 배추를 저희 가게로 가져옵니다. 저희는 봄‧가을마다 무로 보쌈채를 대량 만들거든요. 백김치도 직접 담그고요. 자영업자 입장에선 잘 다듬어진 채소를 대량으로 공급받으면 편하겠지만, 어머님은 항상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그래서 배추는 서면에서, 무는 신북읍에서 직접 공수하고요. 어르신들이 밭에서 그대로 뽑아 무를 가져오셔도 좋은 가격에 구매해 드리고 있고요.

    Q. 가게가 자리한 ‘오수물’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도 있으시다고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없고, 어르신들만 남았어요. 겨울이면 유동인구가 없고, 마을은 일찍 어두워지죠. 여기서 태어나 자란 남편은 이 지역을 활성화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중입니다. 가게가 마을 초입에 있으니, 청년 창업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요.

    일단 세를 준 건너편 카페와 상생하면서 할인 제도도 운영 중이고요. 앞으로는 게스트하우스도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오수물을 찾은 관광객들이 숙박과 식사, 카페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춘천시관광협의회 회원으로 함께하면서, 춘천 관광 활성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수물 마을 초입에 위치한 오수물막국수는 지역 공동체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오수물막국수)
    오수물 마을 초입에 위치한 오수물막국수는 지역 공동체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오수물막국수)

     

    Q. 최근엔 새로운 사업으로 ‘막국수 밀키트’도 개발하셨다고요.

    막국수 전문점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기계로 국수를 뽑아내기 때문에 면을 따로 판매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손님 중에 ‘면을 사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계속 고민을 했어요. 겨울이 되면 막국수 수요가 줄어드니, 비수기를 잘 활용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메밀 함량이 조금만 달라져도 맛이 바뀌기 때문에 밀키트용 생면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큰 힘이 됐어요. 시중에 파는 막국수 밀키트는 면의 메밀 함량이 3% 이하가 대부분인데, 저희는 함량을 10%까지 끌어올렸어요. 메밀 향도 살리면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게가 위치한 춘천과 오수물 마을의 지명을 살린 오수물막국수의 로고. (사진=오수물막국수)
    가게가 위치한 춘천과 오수물 마을의 지명을 살린 오수물막국수의 로고. (사진=오수물막국수)

     

    Q. 밀키트를 100원에 판매하는 지역 사회 상생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알고있어요.

    처음 개발한 제품인 만큼 춘천시민들에게 소식을 알리면서 맛에 대한 평가도 받고 싶었어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하긴 했지만 홍보 전략도 고민이었고요.

    ‘우동착 오더’의 도움을 받아서, 지난 5일 50개 한정으로 막국수 밀키트 2인분을 1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3분 만에 매진됐어요. 맛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오수물막국수의 이름을 지역 사회에 더 많이 알릴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동착 오더로 주문하시면 막국수도 10% 할인됩니다.

    Q. 앞으로 오수물막국수가 어떤 식당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시나요?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저희 가게 손님의 80%는 춘천시민이지만, 아직 저희 가게를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오수물막국수가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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