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수도권 유출 못 막으면 헛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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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의대 증원, 수도권 유출 못 막으면 헛일이다

    • 입력 2024.03.27 00:01
    • 수정 2024.03.30 00:02
    • 기자명 MS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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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교수마저 환자 곁 떠난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교수마저 환자 곁 떠난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의 핵심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의 해소다. 정부는 지난 20일 서울 8개 대학을 뺀 32개 의대에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배정했다. 의료계의 집단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역 의료 기반을 다지겠다는 정부의 개혁 방향과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성패는 앞으로 양성될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얼마나 남느냐에 달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제도적 장치의 확보 등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정부는 2000명의 의대 증원분 중 비수도권에 1639명, 경기·인천에 361명을 안배했다.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의 필수의료 인력을 뒷받침하는 권역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의료 생태계 구축이라는 취지에서다. 강원 지역 의대 4곳의 정원은 276명에서 165명이 늘었다. 국립대 강원대는 49명에서 132명으로 증가했다. 한림대는 76명에서, 가톨릭관동대는 49명에서,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93명에서 100명씩이 됐다. 다른 시도와의 증원 격차를 떠나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필수 의료진에 대한 처우와 관리다. 이들의 지역 이탈을 막는 게 증원 목적이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이 맞닥뜨린 문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 지역의 의대 전체 졸업생 중 73.7%가 타 권역으로 떠났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유출률이다. 의대 졸업생이 강원에 머물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만, 필수의료 인력의 고질적인 부족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의료체계 개선에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다.

      정원 배정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갈 길이 멀고도 먼 만큼 챙기고 정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양상은 험악하다. 전공의에 이어 의사들은 사직서 제출에 나섰고, 근무 시간도 주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외래 진료는 다음 달부터 최소화 할 예정이다. 의료 현장이 혼란스럽다. 환자는 불안하다. 정부는 일찍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강행하려다 일단 유연하게 처리하기로 선회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한 달 넘는 정부와 의료계의 맞짱에 국민은 피로하다. 정부는 정원을 배정했지만,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현재로선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 수가 체계 정비 등의 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후속 대책이다. 파트너는 다름 아닌 의료계다. 강원지역도 예외일 수 없다. 의료 개혁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제다. 의사들이 지역에 정착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 대란’을 치르는 대가는 작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각자 완승을 좇기보다 절충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소중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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