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콧구멍 다리’로 불리는 춘천 세월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춘천시는 이르면 내달 교량을 철거하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26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와 관리 주체인 원주지방환경청은 협의를 통해 세월교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철거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착공 업체를 선정하고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소양강댐 방류 수량에 따라 공사 일정은 바뀔 수 있다.
시는 50여년간 춘천시민에게 사랑받았던 세월교를 역사로 담기 위해 현재 교량이 있는 자리 일대에 가칭 ‘메모리얼 존’을 만들 계획이다. 공원 형태의 시민 휴식공간을 만들고, 기념 조형물을 설치한다. 특히 아크릴판에 세월교 모양을 각인해 시민들이 교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할 예정이다.
세월교 존치 여부는 지난 수년 전부터 지역사회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2015년 소양7교 착공 당시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잠정 보류됐다. 2021년 정밀안전진단에서는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고, 보행이 금지된 채 사실상 방치돼왔다.
이후 도의회에선 세월교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해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춘천시번영회도 지역의 오래된 관광 명소인 만큼 지역 주민, 학계, 전문가 등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며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고, 시와 원주청이 위험성을 고려해 철거를 결정했다. 세월교가 강물 흐름을 방해하면서 소양7교에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세월교 철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춘천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승호 시번영회장은 “세월교 존치 청원을 내고 주민 공청회 등을 건의했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며 “춘천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세월교는 당초 원주청이랑 소양7교가 지어지면 없애기로 했었던 교량”이라며 “(메모리얼 존) 조성은 발주하면 철거 시기와 비슷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