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전공책 사나요”⋯교재 불법 복제 선택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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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누가 전공책 사나요”⋯교재 불법 복제 선택하는 대학생들

    대학생 “전공책 비싸고 무거워 PDF파일 선호”
    대학 교재 전자 스캔본 파일 이용률 62% 달해
    “불법 복제 줄이기 위해 전자교재 개발 필요”

    • 입력 2024.03.25 00:06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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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춘천의 한 대학교내 복사·스캔업체에서 대학생들이 복사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20일 춘천의 한 대학교내 복사·스캔업체에서 대학생들이 복사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공책을 사는 대신 불법 복제한 전자문서(PDF)를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 전공책을 제본하는 관행이 있어왔지만, 최근 대학생들은 아예 무거운 종이책 대신 스캔본을 만들어 태블릿이나 노트북에서 활용하고 있다. 

    춘천 대학가 등에 따르면 한 대학교의 익명 커뮤니티에는 특정 수업의 PDF 자료(수업 교재)를 구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수업에 필요한 전공 책을 사지 않고 태블릿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로 내려받아 볼 수 있는 파일 형태로 구하는 것이다.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희망 거래 가격을 제시하거나, 1대 1대화를 통해 조건을 맞춰보자는 글도 보였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교재 전자 스캔본 파일 이용률은 61.9%에 달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출판물을 복제해서 공유하는 불법 행위를 온·오프라인에서 버젓이 행하고 있었다. 커뮤니티를 통한 거래 외에도 무료로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 정보를 선·후배, 동기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춘천지역 소재 한 대학생은 “전공책을 다 사려면 50만원 넘는 비용이 들어서 PDF로 구할 수 있는 건 구하고 있다”며 “책은 어차피 무거워서 들고다니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더 심화했다. 비대면 강의가 생겨나면서 PDF 파일로 자료를 공유하는 일이 잦아졌고, 여기서 진화해 두꺼운 전공책을 파일로 만드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사용이 보편화된 것도 한 몫 했다.

    이처럼 책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대학 서점은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 실제 춘천의 한 대학 내 서점은 지난 2022년 극심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서점 관계자는 “책이 너무 안 팔려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적자여서 계약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춘천의 한 대학교 교내 서점이 폐업한 자리가 비어있다. 학교 측이 신규 업체 공개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가 없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의 한 대학교 교내 서점이 폐업한 자리가 비어있다. 학교 측이 신규 업체 공개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가 없었다. (사진=오현경 기자)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대학 교재 출판사도 직접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불법 복제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경고글을 올리기도 했다. 센게이지러닝코리아는 “대학 교재는 저작권을 가지는 엄연한 저작물”이라며 “불법 PDF 거래 적발 시 선처 없이 형사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PDF 불법 복제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업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이고, 책과 공책에 직접 필기하는 문화는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PDF 파일로 공부를 하는 대학생 중 여럿은 책을 구매한 뒤 방치하고 PDF 파일을 따로 구해서 쓰기도 했다. 스캔한 파일을 공유하지 않고 본인만 소유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전공책은 구입한 뒤 PDF를 사용한다는 한 대학생은 “PDF 파일을 공유받는 게 불법이라 해서 책을 사긴 하는데 집에 장식만 해둔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전자교재를 만들어 팔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정모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가 발달하는데 학교에서 책을 통해서만 공부하라고 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양한 방식으로의 교육자료 개발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의 요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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