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차리지, 누가 가축방역관 해요”⋯강원 수의직 공무원 ‘모시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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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차리지, 누가 가축방역관 해요”⋯강원 수의직 공무원 ‘모시기’ 안간힘

    강원자치도, 가축방역관 모시기 안간힘
    7급→6급 상향, 수당 월 10만원 인상 예고
    18개 시군 정원 40명·현원 14명 불과
    열악한 근무 환경, 비상근무 잦은 탓

    • 입력 2024.03.19 00:0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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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지역 수의직(가축방역관) 수가 정원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수를 높이고 수당을 인상하는 등 수의직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의직 공무원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른 강원자치도 본청 수의직 공무원 정원은 86명이지만, 현재 일하는 직원은 66명뿐이다. 도내 시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8개 시군 수의직 정원은 총 40명인데, 현원은 14명에 불과해 결원율이 65%에 달한다. 심지어 속초, 태백, 정선, 홍천, 평창, 철원 등은 수의직 공무원을 단 1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도와 도내 시군은 수의직 빈자리를 군 복무 대체 공중방역 수의사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현재 공중방역 수의사는 본청 12명, 시군 27명 등이다.

     

    강원자치도와 도내 시군의 수의직 공무원 태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강원자치도와 도내 시군의 수의직 공무원 태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가축방역관은 관련 법에 따라 수의사만 임명될 수 있다. 전문직종으로 채용 시 7급으로 임용된다. 하지만, ‘공무원 수의사’의 임용률은 2021년 41%에서 2022년 17%, 지난해 12%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수의 7급 경력경쟁 임용시험에서 25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수의사들이 수의직 공무원을 꺼리는 이유는 근무 환경 자체가 열악한 데다 다른 직급 대비 승진 기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 등 가축 전염병이 돌면 24시간 대기·비상 근무가 자주 걸린다.

    민간 분야로 넘어가는 이직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발령 이후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경험하고는 첫날 출근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사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년 동안 똑같이 공부했는데, 가축방역관으로 가면 몸은 힘들고 처우는 낮다”며 “동물병원 차리면 고수익이 보장되니까 병원을 개원하기 전 경력을 쌓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수의직 공무원 기피현상이 심화되자 도는 지원자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임용 급수를 6급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가축을 도축하는 기관·시설에서 검사업무에 직접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장려수당을 월 27만원에서 37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도 동물방역과 관계자는 “수의직 공무원 직급을 7급에서 6급으로 올리는 건 조례가 통과되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도내 가축방역관의 이탈을 막고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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