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처럼 살아야하는 ‘재무보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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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 매니저처럼 살아야하는 ‘재무보감 사회’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 입력 2024.03.18 11:40
    • 수정 2024.03.19 00:11
    • 기자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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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오래된 친목계 모임에서 만나면 코인이나 주식 이야기만 해요. 이렇게 투자 바람이 강하게 불 줄은 몰랐어요.” “대치동 중개업소 사장님이 미국 주식 엔비디아나 테슬라 동향을 너무 잘 아시더군요.” 최근 지인들이 들려준 얘기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투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식이나 코인 투자다. 주로 모바일을 통한 거래라는 특징이 있다. 요즘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언컨택트(Uncontact) 투자시대를 표상한다. 요즘 은퇴 카페를 가보니 온통 주식 이야기다. 너도나도 주식 투자대열에 동참하면서 투자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과거에는 주식하면 패가망신, 투기판, 작전을 떠올렸으나 지금은 하나의 투자 행위로 인식된다. 노후를 위해 상가나 오피스텔을 사지 않고 미국 배당주 ETF를 사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요즘은 소득에 대한 관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땀 흘린 소득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은 MZ세대에겐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밤새 미국 주식에 투자해 얻은 투자소득도 또 다른 노동소득으로 생각한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니까. 일부 젊은 세대는 노동소득보다 투자소득 올리기에 더 열성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 주위를 둘러보자. 정규직 취업 문이 거의 닫히고 번번한 계약직조차 찾기 어려운 취업 빙하기 시대다. 설사 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회사는 그냥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곳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아파트 갭투자, 비트코인, 미국 주식 직구 열풍은 서로 맥락이 닿아있다. 바로 투자소득 얻기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기성세대처럼 월급 모아 언제 결혼하고 집을 살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하던 한 30대가 기억난다. 투자 열풍은 노동소득에서 희망을 구할 수 없으니 투자소득을 통한 희망찾기로 볼 수 있다.

    주식투자 열풍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유튜브나 카페 등 소셜미디어(SNS)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이동식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대부분 보급되다 보니 정보의 흐름이 신속하다. 주식투자 계좌개설이나 거래 방법 등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개별주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인덱스, ETF들이 많고 거래수수료도 낮아졌다. 젊은 층은 대부분 대학을 나올 정도로 이제는 고학력 사회로 성큼 다가섰다. 지적 수준이 높아 알 만큼 알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 역시 빠르다.

    어쨌든 이제는 펀드 매니저처럼 타이밍을 재면서 사고팔고 또 자산을 굴리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재테크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이 투자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될 것 같다. 오죽하면 명심보감보다 재무보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나올까.

    투자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다. 투자는 나이 들어서도 이어가는 게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금을 훼손하는 모험적인 투자나 몰빵 투자는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노동 소득이 많지 않으니 한번 잃으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급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부를 쌓아야 한다는 조급증은 화를 부른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고 도박성 투자를 했다간 신세를 망칠 수 있다. 모험적 투자를 반복하면 부자는커녕 중산층도 되기 어려울 수 있다. 위험을 동반하지 않는 투자는 없다. 투자를 하더라도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필요하다. 성공을 위해선 투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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