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모레까지 사직 결정"…정부는 "국민 잃을 것"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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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교수들 "모레까지 사직 결정"…정부는 "국민 잃을 것" 압박

    전공의 이어 의대교수들 '집단행동' 조짐…의대 교수들 15일까지 사직 여부 결정
    정부, 진료유지명령 압박하며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어…남아달라"
    "전공의에 의사까지 떠난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환자들…피해상담 1천200건 육박
    시니어의사제 도입하고, 공공병원 지원…비상진료체계 강화하고 '의료개혁' 속도

    • 입력 2024.03.13 16:39
    • 수정 2024.03.13 16:40
    • 기자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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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회의 집단사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수들의 진료유지 명령 검토 뜻을 밝힌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인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회의 집단사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수들의 진료유지 명령 검토 뜻을 밝힌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의료인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이 오는 15일까지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이는 가운데, 정부가 "환자를 떠나면 국민을 잃을 것"이라며 의료현장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집단행동 조짐이 일자 환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교수들도 떠나면 환자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탄식했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공공병원에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은퇴 의사들을 활용하는 시니어 의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 19개 의대 교수들, 15일까지 사직 여부 결정…정부는 '진료유지명령' 경고

    1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전날 밤 회의를 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19개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로,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서울의대, 울산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만큼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가세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이에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11일 총회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 역시 지난 7일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의대 교수들 역시 의사이므로 의료법에 따른 '진료유지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는 모두 의사이므로 진료유지명령 대상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에게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정부는 교수들이 사직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교수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다. 교수님들께서 현장을 떠나실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들의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이들이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는 크지 않아 보인다. 제출한 사직서가 '미수리'되고 당분간 의료현장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 결의 후 제출하더라도 '수리되기 전까지는' 각 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 "교수까지 사직하면 어떡하냐", "밥그릇 싸움 함께하겠다는 것" 분통

    전공의들에 이어 교수들까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오는 19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여성 환자는 "서울대병원과 다른 병원 교수님들까지 다 사직하면 어쩌냐"며 "아이를 돌봐야 해서 남편이 육아휴직까지 미리 냈는데, 수술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유방암 환자는 "교수들이 사직한다던데, 병원에 문의를 해봐야 하는 건지 도대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담당 교수들한테 진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 걱정될 뿐"이라고 불안해했다.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찾은 마모(67) 씨는 "결국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교수들도 함께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하면 환자들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이모(73) 씨는 "올해 1월 남편이 간암 1기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 날짜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며 "이제 교수들까지 빠진다고 하니 수술받은 다른 환자들도 제대로 진료는 볼 수 있는 건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다음 달 소화기내과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조모(56) 씨는 "전공의들이 빠지고 교수들이 겨우겨우 현장을 이어가던 걸로 알고 있는데, 교수들까지 사직하면 그야말로 '마비'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총 상담 수는 1천174건이고, 환자 피해 신고는 472건이다. 피해 신고는 수술 지연 329건, 진료 취소 79건, 진료 거절 43건 등이었다.

     

    정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회의 집단사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수들의 진료유지 명령 검토 뜻을 밝힌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회의 집단사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교수들의 진료유지 명령 검토 뜻을 밝힌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의사 신규 채용에 월 1천800만원 지원…시니어의사제 도입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강화와 의료개혁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는 공공의료기관에는 올해 총 948억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예산은 정부의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가 최근 추가로 배정받은 예산이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에 공공병원 총 41곳을 대상으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의료 공백 완화를 위해 진료를 연장하거나 주말, 휴일 진료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에는 예비비 393억원을 지원한다.

    이달 중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의사는 월 최대 1천800만원, 간호사는 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문의는 하루 평균 최대 45만원·휴일 최대 90만원, 간호사는 일 최대 15만원의 당직 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은퇴 의사가 지방의료원 등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시니어 의사제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의사를 초빙하기 쉽지 않은 지역의 병원이나 보건소에 퇴직 예정이거나 퇴직한 의사를 보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비급여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보고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의료계가 반발하는 '비중증 과잉 비급여'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와 관련해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회송 기능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에는 2차 병원의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환자가 중증도에 맞춰 의료를 이용하도록 의료체계 개편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는 15일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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