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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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4.03.11 00: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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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길을 걷다 보면 과장없이 말 그대로 한자리 건너 하나씩 편의점 간판들이 불밝히고 있다. 이 많은 점포들이 다 어떻게 먹고 살까? ‘편의점 사장님들 파이팅!’이라고 외쳐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편의점 사장님들 걱정하고 나면 두자리 건너 하나씩 자리잡은 치킨집 사장님, 김밥집 사장님 등등 걱정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응원해야 할 사장님 목록에 빠져서는 안되는 업종이 또하나 있다. 카페다. 춘천에 편의점이 많을까? 카페가 더 많을까?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 현재 춘천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은 354개이고 카페는 636개이다. 춘천에는 편의점의 2배에 가까운 수의 카페가 영업중에 있다. ‘까페 사장님들 2배로 파이팅!’

    카페공화국이란 단어가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춘천뿐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9만5801개의 카페가 커피를 팔고 있다, 자영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치킨집보다 많다. 카페 수는 4년동안 2배가 넘게 증가했다. 갑자기 커피 애호가가 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삶의 방식이 바뀐 탓이 더 크다. 도시에서 다닥다닥 마주보는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높은 천장과 트인 시야의 감각을 주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하게 개별적인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카페다. 주거의 형태만이 아니라 일의 방식도 바뀌었다. 감염병으로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경영상의 이유로 재택근무를 권하는 회사도 많아졌지만 우리는 노트북을 들고 나와 카페에 자리잡고 일하고 공부한다. 스터디카페, 키즈카페, 반려동물카페, 북카페라는 변형까지 치면 카페의 역할과 그 곳에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어디까지 나갈지 궁금해진다.

    커먼즈필드 춘천을 찾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시민들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는 최근에 방문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사업이다. 거의 모든 역사에서 그랬듯이 요즘 청소년들은 기성 세대와는 다르다. 스마트폰을 신체기관처럼 손에 달고 살고 쇼츠나 릴스라는 아주 짧은 영상에 집중하며 아주 크게 낄낄거린다. 얼얼한 마라탕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탕후루로 입가심을 한다. 나이 많은 몇몇 사람들은 아직 어린 청소년들이 이해도 소통도 되지 않는 외계인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금 더 지나친 경우에는 편견과 대상화가 만들어 놓은 ‘청소년 혐오’로 이어지기도 하고 당사자들은 틀딱과 꼰대는 꺼지라며 또다른 혐오로 맞서 싸운다.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는 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카페 공간을 통해 청소년을 응원하는 지역사회 환대 프로젝트이다. 운영방식은 간단하다. 청소년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맡겨놓은 카페를 찾은 시민들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음료를 기부하고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맡겨놓은 카페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선배 시민들은 우리 청소년을 위한 관심과 응원을 전달하고 후배 시민들은 지역의 관심과 환대를 경험한다. 참여하는 카페들은 앞선 세대와 뒷선 세대를 우리 시민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춘천에서 28개 카페가 청소년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고 나섰고 2832개의 음료가 각자의 지지와 마음을 담아 기부되었으며, 총 258명의 청소년들이 음료 한잔을 통해 지역사회의 환대를 경험했다. 춘천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된 2024년에도 우리 도시에는 청소년을 위한 맡겨놓은 카페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믿는다.

    “아직 철들지 마셈!” 맡겨놓은 카페에 남긴 선배 시민의 응원이다. “맛있게 먹고 철들지 않은 어른 아이처럼 파릇한 삶을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맡겨놓은 카페에 남긴 후배 시민의 댓구이다.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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