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늘봄학교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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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늘봄학교를 다시 생각한다

    • 입력 2024.02.28 00:00
    • 수정 2024.02.29 08:23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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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정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겪는 돌봄의 어려움과 사교육비 부담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늘봄학교는 일하는 학부모를 위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최대 13시간 동안 학교가 아이를 돌보는 제도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학교가 아이를 돌보는 데서 오는 부작용을 염두에 둔 듯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홍보 문구도 등장했다. 

    2023년 이미 전국 459개 학교에 시범 운영하였고, 2024년 초등학교 1학년 , 2025년 초 1, 2학년, 2026년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아침돌봄, 오후돌봄, 저녁돌봄, 연계형 돌봄 등으로 프로그램을 세분하여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돌봄으로 출생률 반등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것을 1년 앞당겨 추진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후 1시를 전후해 학교가 끝나는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일하는 부모들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 전전하는 ‘학원 뺑뺑이’가 불가피했다. 아이를 안전하게 돌보며 끼니를 해결해 줄 뿐 아니라 학습보충과 특기적성교육까지 무료 제공을 약속하는 늘봄학교는 부모들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얼핏 교육과 보육의 완결판으로 보이는 늘봄교육은 사실 검토해 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저출산을 해결하고 교육과 보육을 모두 책임진다는 정부 정책은, 마치 ‘맘 놓고 아이 낳고 그저 열심히 일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으로 들린다. 국가가 돌봄을 맡기 전 가정의 의미를 되살리고 바람직한 부모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먼저 아닐까. 부모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거나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없이 과도한 국가돌봄이 정착되어 부모의 늦은 퇴근을 합리화되고 부모의 자녀교육의 책무성이 약화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늘봄장소가 학교인 점도 부담이다. 장소를 학교로 정한 것은 돌봄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별도 투자 없이 있는 시설 그대로 사용하고 학교 프로그램을 조금 바꾸어 운영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다. 돌봄 장소로 학교가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아이를 돌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과 돌봄이 혼재할 때 학교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고, 구성원들 간 갈등을 유발하여, 다양한 민원이 제기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늘봄학교를 운영할 전문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담 인력 없이 자원봉사자. 기간제 교원, 비정규직 행정요원 중심의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지고 아이들로부터 외면받아 결국은 다시 사교육을 전전했던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규수업을 마친 후 특별할 것이 없는 프로그램을 장시간 전전하며 부모의 픽업을 고대하는 아이들은 사실상 학대를 받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지방공무원과 교육공무직을 별도 배치하여 교원과 분리된 운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 계획이나 예산 배정, 세부적인 매뉴얼은 아직 없다. 형식적인 졸속 운영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왜 그토록 늘봄학교를 반대하는지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다.

    저출산으로 아이 한명 한명이 귀하기 이를 데 없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고 다양한 학습경험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이를 위한 교육과 돌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돌봄의 방향은 국가가 전부 떠안겠다는 ‘정치적 수사’를 넘어 아이들 각자가 처한 환경과 가정이 직면한 어려움을 자세히 분석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냥 학교에 모든 것을 떠안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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