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여가생활에 쓰는 비용은 줄이고, 많이 쓰게 되는 대형마트 대신 집 근처 슈퍼마켓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가 한국은행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해 8월 소비자들이 강원지역 가맹점에서 한 달간 신용카드로 결제한 지출 규모는 1조1114억원으로 2022년 8월(1조1202억원) 대비 88억원(0.8%) 감소했다.
신용카드를 어디에 썼는지 살펴봤더니, 고물가 현상에 대응하는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만큼 가까운 거리의 상권) 선호 현상이다.
오프라인 소매에 지출하는 규모보다는 여전히 훨씬 작지만, 이 기간 전자상거래‧통신판매에 지출한 돈은 18억원에서 31억원으로 13억원(70.4%) 늘었다. 특히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뜸해졌다. 소비자들이 강원지역 대형마트에서 결제한 규모는 같은 기간 999억원에서 976억원으로 23억원(2.3%) 줄었다. 주로 구매하는 식료품 가격이 물가 상승으로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잘 안 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형마트는 한번 방문하면 큰돈을 지출하게 되는데 이런 소비습관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대신 필요한 것만 사게 되는 경향이 강한 집 근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실제 슈퍼마켓 결제액은 1년 새 648억원에서 678억원으로 30억원(4.6%) 늘었고, 편의점에서의 지출도 493억원에서 504억원으로 11억원(2.2%) 증가했다.
후평동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은 2~3주에 한 번 대형마트를 간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이것저것 카트에 넣다보니 불필요한 지출이 많았다. 그런데 슈퍼에 가면 딱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가격도 큰 차이가 없고 어떤 건 더 저렴하다. 편의점도 1+1 행사하는 것도 많아 오히려 더 저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스포츠, 오락 등 여가 생활에 쓰는 돈도 크게 줄었다. 여행‧교통 분야의 지출은 1년 새 42억원에서 29억원으로 13억원(31.8%)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운영을 중단한 플라이강원의 영향으로 항공사에서 결제한 지출액이 같은 기간 11억원 감소한 여파도 반영된 결과다.
숙박 분야 결제액 역시 751억원에서 679억원으로 72억원(9.6%) 줄었고, 스포츠‧오락에 지출한 돈도 787억원에서 766억원으로 21억원(2.7%)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코로나19 기간 국내 여행에 몰렸던 수요가 해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살면서 필수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분야에선 결제액이 대폭 늘어나는 등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그대로 나타났다. 종합병원과 일반 병‧의원 등 의료‧보건 업종 신용카드 결제액은 841억원에서 917억원으로 76억원(9.0%), 공과금 결제액은 264억원에서 290억원으로 26억원(9.6%) 각각 증가했다. 교육에 쓴 돈도 240억원에서 260억원으로 20억원(8.2%)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강원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 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다”며 “올해 1월 강원지역 신용카드 결제액은 겨울철 호흡기 및 노로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새해 가전 할인 행사에 따른 판매 호조 등으로 소폭 늘어나며 증가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메모해서 꼭 필요한 물건만사게되고
대형마트는 카트를 끌다보면 싸다고 지금당장안필요해도 사게되는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