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짜리를 어떻게 사냐”⋯경기 불황에 ‘중고폰 시장’도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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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만원짜리를 어떻게 사냐”⋯경기 불황에 ‘중고폰 시장’도 급성장

    고물가 속 소비자 “차라리 중고로 산다”
    무인 키오스크 중고폰 매입 기기 등장
    개인 중고거래·중고 취급 전문점 늘어
    중고폰 시장 규모 연간 1000만대 예상

    • 입력 2024.02.20 00:0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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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춘천의 한 스마트폰 대리점에 방문한 최모(29)씨는 상담원이 아닌 중고폰 매입 키오스크 앞에 섰다. 키오스크에 판매하고자 하는 중고폰을 넣고 기다리니 진단 결과와 평가 금액이 화면에 떴다. 판매 결정 버튼을 누르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최씨 계좌에 중고폰 대금이 입금됐다.

    최씨는 “쓰던 스마트폰을 팔려고 처음으로 이용해는데 개인 거래나 업체에 판매하는 것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편했다”며 “새 스마트폰은 너무 비싸 부담되고 기존에 쓰던 폰을 팔아 받은 돈을 보태서 중고폰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고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새 휴대폰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 200만원에 육박하는 데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생활 필수 소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중고거래 플랫폼도 몸집이 커졌다. 대표적인 중고폰 리사이클 업체로 꼽히는 SK네트웍스 ‘민팃’은 자체 무인 매입 키오스크를 통해 중고폰을 매입하고 있다. 기기에 달린 카메라가 중고폰의 기종과 파손 정도, 배터리 효율 등을 파악한다.

     

    한 춘천시민이 중고폰 무인 매입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한 춘천시민이 중고폰 무인 매입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민팃의 키오스크는 2019년 1000여대에서 최근 6600대까지 늘어났다. 춘천지역 스마트폰 대리점, 우체국, 대형마트 등에도 30여대가 들어섰다. 발품을 팔아 개인이나 업체에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후하진 않지만, 안전하고 빠르게 중고폰을 처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우고 있다.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중고 스마트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5만원짜리부터 170만원에 달하는 최신 기종까지 검색만 하면 게시물 수백개가 올라와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중고폰 전문 업체나 대리점에서 중고폰을 취급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휴대폰을 바꿀지 고민 중인 한 춘천시민은 “요즘은 휴대폰 사양이 워낙 좋아서 나온지 1년 된 제품도 좋은 게 많다”며 “200만원짜리를 사도 1년 지나면 별 다를 게 없다. 굳이 새걸 안 사도 중고폰 사서 케이스만 바꿔도 새 휴대폰 같아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발간한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682만대에서 2022년 708만대로 늘었다. 통신업계에서도 국내 중고폰 유통 규모가 연간 약 1000만대, 약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새 스마트폰 가격이 매년 오르다보니 적지 않은 수요가 중고폰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한다. 실제 얼마 전 출시된 아이폰 15프로, 갤럭시Z폴드5 라인업은 기본용량에 따라 출고가가 200만원에 육박한다. 스마트폰을 자급제(공기계)로 직접 사서 개통하는 방식이 보편화한 것도 중고폰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춘천의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년 새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저렴하지만, 성능이 여전한 중고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최근 인기 기종은 매물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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